경기도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 그냥 주말을 어디서 때우나 했다가 걸린 꽤나 가볼만한 곳이다. 일단 일반 경기도 박물관과 붙어있다보니 주차장부터 규모부터 다르다. 오는 사람들도 바글바글. 일반 구립 자연사박물관과는 레벨부터 다르다.
입구를 들어서자 느낌부터 일반 박물관과는 다르다. 뭔가 아기자기하고 잘 꾸며졌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완전 아가들 전용 테마파크랄까.
먼저 1층에는 자연놀이터와 튼튼놀이터, 기획전시실이 있다. 자연 놀이터만 보더라도 얼마나 고심해서 만들었는지가 확 드러나는 곳이다. 규모나 체험거리가 풍족한 건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도 아이들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놓았다. 정말이지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은 상을 줘야 할 듯. 당근과 감자를 인형으로 만들어 놓고 심거나 캘 수 있게 하는게 쉬워보이지만 결코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대부분의 자치단체 박물관이 판넬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욕심은 많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건데, 이런 건 정말 적은 예산을 충실히 활용한 것 같다. 또, 빈 공간 공간을 채우고 있는 체험꺼리들도 어른이 보기엔 애게~ 하지만 아이들은 흥미진진하게 해 볼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면 바람에 붉은 낙엽(천)을 날린다거나 하는...
흔히들 있는 직업 유니폼 입어보기 역시 디테일한 배경과 함께 특별한 체험으로 바뀌었다. 소방차 안에서 무전을 내리거나 하는 식으로. 버스기사 체험은 별도로 유니폼이 있거나 하진 않았지만 뒷좌석을 만들어 놓아서 나름대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잭과 콩나무' 구현 동화와 함께 잭 처럼 콩나무를 타고 높이 올라가 볼 수 있는 일종의 클라이밍 체험도 있었는데 키 제한에 걸렸다. 다음에 반드시...
때마침 기획전시실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 기획전이 있었는데 이것 역시 아이디어를 짜내고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바람을 통해서 편지를 쓰거나 받기(아이들은 편지를 받는 행위 자체를 너무 좋아 한다. 게다가 압축공기로 슝~하고 날아가는 편지는 어른이 봐도 재미있다), 할머니 가발쓰기, 일부러 돋보기를 쓰고 할머니가 얼마나 눈이 어두운지 체험하기 같은 것들... 평범 할 수 있는 체험 꺼리를 이정도까지 맞춤형으로 만들어 내는 건 분명 이곳 학예사의 노력이다.
2층 첫 전시실은 '한강과 물'이다. 한강이 서울의 주요 컨텐츠지만 한강 고수부지에 있는 그 어떤 홍보관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곳은 없었다. 그 수많은 한강 홍보관들은 파리만 날리고 있을 때 경기도의 이 전시실은 아이들이 노느라 정신없는 곳으로 운영되고 있는 거다. 한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물놀이장에서 제공된 앞지마를 입고 물을 가지고 노는 것. 노는 종류도 낙시부터 수압을 이용한 놀이, 장난감 배.. 1시간은 족히 놀 만한 곳이다.
물 전시실에서 더 놀려고 하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내 간 다음 전시관은 몸과 관련한 전시관이다. 이곳 역시 각종 체험들이 많았는데 채은이에게는 조금 무서운 체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인체 해부 모형 같은 것들...그래도 여기에 엄청난 전시품이 있었으니....두둥~, 바로 양변기다. 여기에 앉아서 볼일을 본(?) 후에 일어나면 안에 있는 화면에서 응가의 모습과 건강여부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물내리는 버튼을 누르면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재미있다. 채은이도 이게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몇번이나 가상의 응가를 하고야 말았다.
여기에 의사 가운을 입어보는 체험이 있었는데 디테일이 제법이다. 고작 청진기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X-레이라니. 정말이지 끝내 주는 모습이다.
블록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건축 전시실의 모습이다. 여기에도 안전모와 형광 조끼가 있어, 건설 노동자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볼 수 있었지만 모자 거부로 실패. 이곳에서도 30여분간을 벽돌을 쌓아 가며 사투를 벌였다.
3층의 첫 전시실은 동화나라다. 선녀옷을 입어 볼 수 있고 동화에 나오는 모습들이 구현되어 있다. 오른쪽은 흥부네 박에서 금은보화와 함께 선녀가 나오는 모습이다.
블루 스크린을 이용한 도깨비 망토까지, 하나 하나 세심하게 관리하는 모습이다. 3층에는 다문화 전시관도 있는데 각 나라의 옷을 입어보거나 상점 놀이, 각 나라의 전통놀이, 전통악기 같은 것들을 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솔직히 이번에 감동을 받았다. 수많은 지역의 많은 박물관을 가 보았지만 이렇게 멀쩡(?)하고 취지를 잘 살린 박물관은 처음이다. 성인들을 위한 자연사, 역사, 미술 박물관은 그나마 잘 운영 되고 있지만 홍보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면서 체험 중심 컨텐츠로 운영하는 박물관 중에서는 이 곳이 최고인 듯 하다. 국가가 운영하는 애니매이션 박물관이나 영화박물관 같은 곳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 다만, 용인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에서 찾아가기에는 쉽지 않긴 하다. 그래도 시간을 내서라도 다시 한번 오고픈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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