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대학에 들어간 모든 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게 아니듯, 직장에 다니는 모든 이들이 일을 잘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이 나태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일의 포인트를 잡지 못하거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없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해서 따위가 원원인이다. 문제점이 있으면 해결책도 있는 법.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직장생활 가이드들이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 역시 수많은 잔소리꾼 중 하나다. 다만,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점이 있으니, 바로 '유난한 꼰대근성'. 읽다 보면 정떨어질 지경이다. 이 책의 한줄평을 하라고 한다면 단연 '꼰대'라 부르리. 일을 못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메모하는 스킬이나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 기획서 같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요령 팁이지 이따위 질타가 아니다. 이 책은 남의 돈을 받아 먹으려면 이렇게 해야해- 라고 얘기하는 천박한 갑질의 활자판이다. 조금만 회사에서 꼰대가 나 젊을 때는 말이지 하고 시작하는 그 지겨운 일장연설처럼.
예를 들어볼까? 뭐 일부러 찾을 필요도 없다. 책 곳곳이 지뢰니까. "회사가 개인의 모든 사정을 봐줘야 할 의무는 없다"라는 챕터에 나오는 이 웃기지도 않는 내용을 보자.
글쓴이의 가장 큰 착각은 회사가 먼저라는 생각이다. 왜냐면 돈을 주기 때문인건데, 그 돈은 개인의 삶을 위해서 벌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 하다. 이런 논리로 무장한 이들 때문에 '열정페이'가 있는 거다. 가르쳐주는데 감사해야지 어디 건방지게 월급이냐며. 어째서 주어진 시간 외에도 직장생활에 매진해야 하는가. 회사는 나의 능력 또는 가능성을 샀을 뿐 '나'라는 개인을 구매하지 않았다. 누가 이기적인 건지 모르겠다. 성과가 급여에 못미친다? 왜 처음부터 급여만큼의 성과를 낼 인재를 뽑지 않고 능력없는 이를 뽑아낸 건 기업이다. 물론 이건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성과가 나쁘다면 회사가 독려하고 교육할 필요는 있다. 개인도 거기에 마땅히 응해야 하고. 그러나 그건 개인 생활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이 뿐 아니다. 비품을 아껴써라. 애사심을 가져라. 2주에 한번정도는 주말에 출근해라 등등. 쓰다보니 상사의 잔소리를 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이런 인사이트를 가진 양반이 대한민국 최고의 성과 창출 전문가라니, 왜 한국에서 갑질과 열정페이가 넘쳐나는지 알만 하다.
물론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질이 떨어져서 문제지. "일에 대한 소신을 가져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경쟁력을 갖춰라" 같은 얘기들은 고등학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얘기지 전문 컨설턴트의 입에서 나올 성질이 아니다. 주로 퍼포먼스 도출에 대한 강연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하는데 듣기 좋아하는 경영진들이 좋아라 하기는 하겠다.
물론 자기계발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자기 계발은 자신의 행복과 직결되어야 한다. 적성에도 안맞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느니 그 학원비로 배우고 싶은 수영을 해보는게 더 낫다. 그럼 경쟁력이 없어 승진하지 못하거나 잘리지 않느냐고? 이미 대한민국의 완전 고용은 무너진 상태다. 희망과 꿈을 미뤄가면서 꾸역꾸역 버텨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말이다. 일의 방법론을 논할 때가 아니라 삶의 방법론을 이야기할 때고 그건 결코 회사의 지시사항을 따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좋은 얘기는 좋게 받아들이고 말도 안되는 얘기들은 피식 비웃자. 일에 성과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성과가 살찌우는 건 회사다. 대부분 회사는 시장논리대로 잘 돌아간다. 경영이 엉망이면 직원도 일을 못하고 성과도 없다. 경영을 잘 하는 회사가 일 못하는 개인 때문에 망할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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