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씽] 통속적인 드라마 위에 올라탄 흥겨운 OST

슬슬살살 2017. 1. 24. 16:44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와 드림웍스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 두 회사와 조금 빗겨서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곳이 일루미네이션이다. 회사 이름은 생소해도 미니언즈의 제작사라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회사의 특징은 주로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예산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씽> 역시 나름대로는 저예산(그래도 7천5백만 달러다)으로 제작되었지만 완성도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특히나 본격적인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 너무나 당연하게도 주옥같은 OST가 줄줄이 이어진다. 




줄거리는 단순해서 조금 지루하다 싶을 정도. 꿈은 창대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공연 기획자가 나름의 반전을 위해 공개 오디션을 보고, 각각 사연을 가진 출연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다. 아이들에 치여서 꿈을 접어두고 살아가는 로지타(돼지), 남자친구와 듀엣으로 록스타를 꿈꾸는 애쉬(호저), 갱단 두목의 아들 조니(고릴라), 무대 공포증을 가진 소녀 미나(코끼리), 상금만이 목적인 마이크(생쥐)까지 종과 성별, 크기가 다른 동물들이 놀라운 재능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몇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너무나 평이하게 흘러간다. 줄거리보다는 그때그때 펼쳐지는 만화적인 상상력과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해석이 볼거리의 핵심. 그렇지만 <주토피아>라는 어마어마한 녀석을 본 사람이라면 이 역시 새롭지는 않다. 그나마 한번의 실패 후에 자신의 몸을 던져 세차 알바를 시작한 버스터(코알라)가 신선하기는 하다. 


<씽>의 주무기는 바로 음악. 뮤지컬을 지향한 작품 특성상 수많은 OST가 줄줄이 흘러나오고 동물들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 실사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자유로운 무대 구성과 연출이 압권이다. 물론 나처럼 아이 때문에 더빙판을 본 사람들에게는 그나마도 반쪽짜리. 특히 조니(고릴라)의 경우에는 성우와 노래의 목소리가 너무 다르다! 동물 애니메이션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노래의 흥겨움으로 보는 동안은 즐겁지만 중간중간을 채우는 드라마는 지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