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부자국민 일등경제] 성장우선주의의 모순

슬슬살살 2017. 3. 7. 22:29

이원복 교수가 이래 저래 논란이 많다지만 분명한 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단순화 시키는데에는 탁월하다는 점이다. 경제 원리를 담은 이 책 역시 기본적인 경제학 원리를 단순화 시켰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는 국가 경제, 대한민국의 경제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정답이 없는 분야에서 시장만능주의를 부르짖는 쪽의 주장을 일반적으로 실었기에 걸러서 이해해야 할 부분이 좀 많기는 하다. 대표적인 시장주의자 송병락 교수의 주장을 원전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성장이란 곧 직접 돈을 버는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다. 국민은 모두 기업에 속해 있으므로 기업이 성장하는게 곧 국민이 잘 사는 길이다. 물론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국민에게 어떻게 분배하느냐도 문제가 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업은 대기업뿐 아니라 동네의 구멍가게, 세탁소 같은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인지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개인에게 직접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대 사회의 주장과는 괴리가 있다. 기본 소득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기업을 활용한 성장과 분배에 한계가 반증이 아닐까.


일본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은 주거래은행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6대 그룹은 모두 주거래은행을 가지고 있으며 이 주거래은행들은 관련된 그룹과의 거래 외에도 얼마든지 다른 기업, 고객들과도 거래를 하므로 케이레츠 주거래 은행들은 그 자체가 모두 세계적인 거대 은행으로, 미츠비시 그룹의 도쿄 미츠비시 은행은 세계에서 도이체 방크 다음으로 큰 은행인데 그 자산이 한국의 GNP보다도 크다. 주거래 은행은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고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하며 계열사의 신용을 조정해 주기도 하고 계열사들에 정보를 제공하고 벤처 기업까지 육성하는 등 계얄사 전체가 고르고 건강하게 사업할 수 있게 해 주는 의사인 셈이다.


미친 주장이다. 일반 예금객의 돈까지 모두 계열사로 돌릴 수 있다는 저 케이레츠 주거래 은행의 개념이 가능하다면 왜 대다수의 국가가 금산분리를 기본 정책으로 가지고 있을까. 가신 문화에 기반한 주거래은행 개념은 말 그대로 일본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절대로 대기업이 소유하는 은행의 개념이 아닌거다. 상장은 왜하나, 은행 예금 빼다 쓰지. 거기에 국가의 관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니 전경련에서 후원하는 책이 아닐런지.


우리 나라는 1960년대에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치가 비교적 안정되었고 유능한 인재에게 경제계획과 정책을 맡겨 긴 안목을 가지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했다. 바로 이러한 정치적 안정과 지도자의 리더십 덕분에 많은 기업이 생기고 성장할 수 있었으며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전형적인 박정희 빠의 주장이다. 실제로 경제 성장을 위해 희생한 건 경부고속도로를 만드느라 파리 목숨처럼 죽어간 노동자들, 외화벌이랍시고 독일 탄광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이 아닐런지. 박정희에게 공이 있다면 강력한 결단으로 일부 국민을 무자르듯이 잘라내 희생시킬 수 있었다는 거겠지. 조난당해 식량이 떨어진 배에서 먼저 죽을 자를 결정해서 인육을 나눠먹은 선장과 다를 바 없다.


전체적으로 시장 만능주의자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지만 송병락 교수의 주장은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 해야 한다면서 위기시 국가의 지원을 요구하는 행태는 무엇인가. 순환출자로 인한 재벌 3세의 경영권 승계가 반시장 방식인 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텐가. 한마디로 모순 덩어리인 책이다. 도저히 분배는 안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