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 화성에서 물 입자 한개만 발견되도 전 세계가 떠들석한 마당에 진짜 생명체가 발견됐으니 얼마나 난리일까. 그렇지만 만사가 불여튼튼. <에일리언>의 학습효과인지 지구에서는 이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우주에서 진행하게 한다. 이곳의 여섯 우주인은 이 생명체를 연구하기도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지구 자체를 지켜낼 방어막의 역할도 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알 수 있다. 이 생명체는 무시무시하게 성장하며, 결국 이 우주인들 전체를 도륙낸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외계샘염체 '캘빈'을 상대하는 인간들의 무력함을 구경하는게 이 영화의 포인트.
<에일리언>과의 차이가 있다면, 우주선이 좀 작다. 상대적으로 거대한 스케일의 추격, 전투가 이루어지기 보다는 그때그때 애드립으로 진행이 되는 편이다. 우주선의 구조가 단순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금방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건 큰 장점. <에일리언>의 두려움이 징그러움, 압도적인 힘, 인간을 숙주로 삼는 잔혹함에서 나왔다면 '캘빈'의 공포는 상대적으로 순수한 면이 있다. 작은 단세포 생물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이 생명체는 해파리를 닮았다. 어느정도 성장하면 자신보다 큰 생명체를 잡아 먹으면서 힘을 불리는데 점점 무시무시한 모습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생쥐를 보고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몸집에 비례해서 지능도 성장한다. 희생자가 늘어갈 수록 이녀석도 성장하니 생존 가능성은 점점 옅어진다. 불에도 타지 않고 우주 밖에서도 살아남는 무시무시한 녀석. 결국 전 대원이 희생당하고 최후의 2인만이 남는다.
(스포 있음)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여느 외계 생명체물과 비슷한 전개에 평범한 이야기다. 물론 볼거리가 좀 있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스케일이라던가 놀라운 CG라 부르기에는 미약한 수준. 그냥 다른 무엇에 대한 공포를 끌어 올리는데 집중하는 영화다. 하지만 <라이프>의 진가는 마지막 한 장면에 있다. 최후로 남은 데이빗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동료 미란다를 지구에 보내고 자신은 캘빈과 함께 자폭하려 한다. 캘빈을 자신의 탈출선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한 데이빗은 해치를 닫고 우주로 튀겨져 나간다. 비슷한 시간에 지구로 가는 탈출선 역시 미란다를 태우고 무사히 출발한다. 하지만...
둘은 바뀐다. 미란다는 지구 궤도 진입에 실패, 우주로 튀어나간다. 마지막 절망적인 비명이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이다. 같은 시간, 데이빗의 비행선은... 지구로 상륙한다. 온몸이 캘빈에게 묶인 채 해치를 열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주변으로는 구조선들이 몰려오고 있다. 아마 지구는 멸망했을꺼야.. 라는 추측이 든다.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예측 못할법한 결말도 아니다. 하지만 그토록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하던 두 인물이 지옥에라도 떨어진 듯 고통스러워하며 소리지르는 마지막 장면이 주는 그로테스키함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 무차별 살인하던 그간의 행태와 달리 데이빗을 포로처럼 붙들고 있는 캘빈의 모습은 어쩌면 지구에 오기 위한 지능까지도 갖춘것이 아닌가 하는 섬뜩함을 불러일으킨다. 진짜 공포물은 영화가 끝난 후에 여운에서 깊이를 알 수 있다. 적어도 <라이프>는 여운의 진폭이 꽤 길다. 최후 방어선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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