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인턴] 인생선배의 책임

슬슬살살 2017. 8. 24. 20:52

앤 해서웨이의 환한 웃음이 너무나 예쁜 오피스 드라마다. 노련하고 경험 많은 인턴을 통해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인간관계를 개선해 나간다는 성장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낮선 미국식 스타트업의 기업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영화는 예쁘고 보는 내내 유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큰 입을 한껏 좌우로 벌리면서 웃는 앤 해서웨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비슷한 미소가 지어진다. 어릴 적 산드라 블록을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이다. 멋지다.


젋은 스타트업의 CEO 줄스는 일에 파묻혀 사는 지독한 일 중독자다. 승승장구하는 회사 덕분에 가정에서는 빵점 엄마지만 회사에서는 만능 사장님. 하지만 너무 빠른 성장 때문에 전문 경영진이 필요한 상황. 자신이 이룬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한편, 50여년이 넘는 직장생활 경험을 가진 벤이 인턴으로 채용되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 된다. 줄스는 나이 많은 이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점차 벤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회사의 분위기 역시 많이 변화한다.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경험적인 가치, 매너, 앤틱함이 주는 매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인턴>은 말한다. 사실 노인들은 쓸모가 없어진게 아닌 사회적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다만 그들의 기술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일 뿐.



반바지에 사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기업 문화 속에서 늘 수트에 가죽가방을 들고 다니는 벤은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자신과 동등한 동료로 인식하는 벤의 모습은 앞으로 내가 어찌 늙어가야 할 것인가를 말해 준다. 만약 모든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마인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시대적 변화를 인정할 때 세대간 갈등은 사라질 거다. 어째서 노인들이 먼저 다가서야 하냐고? 그들이 선배이기 때문이다. 선배는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문유석 판사의 '전국 부장님들께 드리는 글'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