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9마일은 너무 멀다] 홈즈보다 매력적인 진짜 탐정

슬슬살살 2017. 10. 9. 20:47

추리소설의 기본이 추리라고 한다면 너무 뻔한 소리일까. 말은 뻔하지만 추리소설 '다운' 소설을 찾기란 요원하다. 특히 현대로 올수록 반전 중심의 스릴러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정작 추리라는 개념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치부되고는 한다. 때문에 고전 추리물 중에서 무릎을 치게 하는 작품들이 발견된다. 우리는 추리소설의 대표로 홈즈 시리즈를 떠올리지만 냉정하게 볼 때 홈즈는 추리소설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는 볼 수 없다. 추리의 과정이 100% 독자에게 오픈되지 않기 때문인데, 홈즈는 그 간극을 행동으로 채운다. 몰래 변장을 하고 정보나 단서를 가져온다던지, 어딘가에 잠입을 한다던지.. 덕분에 홈즈는 훨씬 히어로틱한 모습을 가지게 됐다.


'해리 케멜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는 홈즈식 탐정과는 정 반대에 있는 소설이다. 화자인 '나'의 친구인 '니콜라스 웰트' 교수는 아주 작은 단서를 가지고 합리적인 추론을 해 나가는 인물인데 추리의 보폭이 크고 방향이 독창적이다. 표제작인 '9마일은 너무 멀다'는 이러한 추론의 아름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만들어낸 '9마일은 너무 멀다'라는 말에서 살인범의 대사라는 사실과 그 살인이 일어난 장소, 시체의 유기 방법까지를 유추해 내는 방식은 마술을 보는 것 처럼 환상적이다. 예를 들면 9마일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구체적이기 때문에 그 말을 한 사람은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추론, '너무'라는 단어에서 생략된 의미에서 비가 오고 있었음을 알아내는 합리적인 추리를 보여준다. '멀다'를 통해서는 그들의 이동방법과 시간을 알려준다. 이러한 유희와 같은 추리방식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독자들에게 진짜 추리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함께 실려 있는 '지푸라기 사나이'를 포함한 7편의 '닉'시리즈를 읽다보면 홈즈보다 훨씬 매력적인 또 한명의 탐정이 나타나게 된다. 1940년대의 배경이 주는 고전틱한 아름다움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