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아버지에 대한 이해

슬슬살살 2018. 4. 14. 12:37

지금이야 워라벨이 그 무엇보다 최선의 가치인 세상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윗 세대의 희생을 무시할 수는 없다. 왜 아빠는 그렇게 살았냐고 답답하다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가치관이라는 건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며 평범한 소시민은 만들어지는 가치관을 기본 토대로 삶을 살아간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가치관은 산업발전, 대기업 중심의 사고 모델을 기초로 만들어진 만큼 그 당시 책을 읽으면 조금 더 윗 세대를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다.


그 책들이 모두 대기업 총수들의 자서전이라는 사실은 우리 성장모델이 얼마나 독점적, 인위적이었는지를 알려준다. 지금은 공중분해 되어버린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도 자서전을 냈으니 <세게는 넓고 할 일은 많다>다. 읽다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는 꼰대의 가치관이지만 어른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우리 세대는 기꺼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할 희생의 세대이다. 우리 세대가 기울인 희생의 열매들을 여러분이 거둘 것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우리 세대가 여러분에게 드랬듯이 젊은 여러분도 다름 세대가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기꺼이 '썩어야'할 세대임을 '일'에 애국적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우리가 어려운 60~70년대를 살아 내면서 그랬던 것처럼 일하는 사람마다 다시금 애국과 희생의 정신으로 일에 매달리는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다시금 이 땅에 근면과 검소의 의식을 불러 일으켜야 할 때라고 나는 느낀다.


한 300여페이지 되는데 그 걸 요약하면 희생이다. 조국을 위한 희생, 후대를 위한 희생. 자기 삶이 없는 답답한 삶이라 한켠으로는 측은하게, 한켠으로는 갑갑하게 보여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러한 사명감, 자기 최면이 없다면 그 험난한 산업발전기를 어찌 버텨냈을까. 아무리 하기 싫고 힘든 일이라 할 지라도 목적의식이 있다면 가능하다. 우리 아버지들은 그러한 사명감에 취해서 그 힘든 삶을 버텨내 왔나보다. 사실 그 결과의 열매를 후대들이 나름대로 따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물론 당시의 가치관을 지금 고스란히 적용해서 늦게까지 야근하고 희생하라 하는 건 맞지 않다. 하지만 윗 세대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꼰대다 하기 보다는 조금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는 있겠다. 실제로 필요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