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얼굴체와 과장된 상반신이 마음에 안들어 오랬동안 묵혀왔다. 전체적인 흐름은 X맨과 유사하게 풀려 나간다. 몇몇의 히어로들이 악당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왔지만 일부 누명으로 인해 히어로 활동이 금지된다. 능력을 꾹 참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히어로들이 하나씩 살해 당하고 가정을 꾸린 인크레더블과 일라스티 걸에게도 마수의 손길을 뻗친다.
숨겨오던 능력을 이용해 다시 영웅으로 복귀, 시민들을 구하는 영웅 가족으로 재탄생한다는 스토리라인은 평범하면서도 대리만족을 충분히 준다. 그렇지만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나에게 이 영화가 주는 또다른 재미는 '왕년의'다. 밥이 가정에 충실하면서도 왕년의 인크레더블을 잊지 못하듯 대부분의 40대는 '왕년의 나'를 꿈꾼다. 완벽하게 보통사람으로 적응한 헬렌조차도 위기상황이 닥치자 '일라스티걸'로 돌아가 가족을 지킨다.
히어로물의 재미는 거기에서 오나보다. 화려한 액션으로 악당과 대결하는 것보다 나에게 원래부터 있었지만 봉인되어 있는 능력, 그걸 끄집어 내는 행위에 대해 놀라운 대리만족의 쾌감을 선물하나보다. 인크레더블은 유난히도 그런 포인트에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이토록 아쉽고, 뒷이야기가 궁금한지도 모르겠다. 이 중요한 포인트를 잊고 더 강한 빌런, 더 복잡한 세계관을 들이밀 수록 순수함 가득한 팬 대신, 팝콘무비로만 기억된다.
다행히도 속편은 숨은 능력자들, - 인크레더블의 아이들 - 을 중심으로 펼쳐질 게 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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