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가 보여준 공룡 테마파크의 놀라움이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비현실로 다가왔었다. 30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쥬라기월드는 실망만 가득했었다. 그리고, 공룡을 테마로 하는 영화가 쥬라기월드의 아성을 뛰어넘는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영화인들은 논란 끝에 또다시 쥬라기월드 속편을 세상에 내놓았다. 폴른킹덤이라는 그럴싸 한 부제를 붙여서.
하지만 역시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하면 할 수록 쥬라기공원이 가지고 있던 심플한 볼거리와 주제의식을 자꾸 흐리게만 만들고 만다. 위대한 아비를 둔 아들은 불쌍한 법이다. 전작에서 대형 사고를 친 공원을 폐쇄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 - 특히 부자들 - 이 음성적으로 공룡을 거래하는 경매시장을 만들고 여기서 인간의 그릇을 벗어나는 거대 공룡이 탈출한다는 게 줄거리다. 하지만 공룡에게 과도한 지성과 인간과의 교감을 집어 넣은 건 그릇된 판단이었다. 인간이 교감할 수 있는 공룡이란건 전혀 멋지지도 않고 파괴력이 있지도 않는다. 모든 공룡들이 점점 더 크고 빠르고 잔인하고 영리해질 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의 모습은 희석되고 만다. 방탄소년단보다 춤을 잘 추거나, 노래를 잘 하거나, 더 잘생긴 보이그룹이 나온다고 해서 BTS가 될 수는 없다. 공룡에 대해 '멋지다'라고 소년들이 떠올리는 건 무지막지한 강함과 함께 괴수적인 요소 때문이다. 그건 길들여지거나,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공룡을 보고 나타나는 감정은 아니다. 또 티렉스보다 강하고 빠른 공룡 역시 그다지 반갑지 않다.
물론, 거대한 괴수들이 펼치는 영상미는 시간을 충분히 잘라먹는다. 흥미 진진하게 폭발적인 액션 역시 확실하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유치하고 주제의식은 흐릿하다. 인간의 탐욕은 바보스럽게만 묘사되고 무작정 공룡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주인공 또한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역사에 남을 명작을 범작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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