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쥬만지] 간만에 만나는 전형성의 아름다움

슬슬살살 2018. 10. 19. 22:48

현대적으로 재해석 된 옛 명작을 볼때면 퀄리티에 상관 없이 아쉬움을 느낀다. 무언가 추억 한 가지를 또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은 매번 찝찌름 하다. 그러나 이번 쥬만지만큼은 원작이 거의 떠오르지 않을만큼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를 해냈다. 보드게임에서 전자게임으로 진화한 쥬만지는 멋모르는 아이의 갇힘 → 세월 지남 → 사이 나쁜 가족(친구)의 게임 참가 → 협업과 화합 → 원년 멤버와의 세대를 넘는 우정이라는 전형적인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눈부신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특히 드웨인 존슨은 프로 레슬링 시절의 오버 액션이 아직 몸에 배어 있는데, 이번에 맡은 게임 캐릭터와는 너무나 잘 맞는다. 원래 게임케릭터라는 건 액션이 과하기 마련이다. 덕분에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 귀염 뿜뿜한 헐리우드 마동석이 되었다.  귀요미로 진화하는 근육질 액션스타가 트렌드인건 동서양이 다 마찬가지인 듯.



게임 속에 바진 4명의 동료가 주어진 능력과 생명(각 3개씩)을 이용해 게임을 클리어한다. 원작이 재미있었던 건 보드게임 다운 '뜬금 없음'이었다. 주사위를 굴려 코끼리가 나오거나 식인종이 나오는 식의 진행이었기 때문에 깊은 집중 없이도 즐거운 영화가 될 수 있었다. 2017 쥬만지는 당시의 그것보다는 조금 복잡하다. 게임에서는 아무래도 스토리가 이어지게 마련이고 1을 깨지 못하면 2로 진행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게임 자체를 단순하게 처리했기에 큰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무엇보다 찌질이의 정신을 가진 '더 록'의 모습이 이렇게 잘어울리는 건 이 영화가 처음. 드웨인 존슨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쥬만지'만큼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만에 만나는 미국식 가족사랑, 친구사랑 영화의 여운이 꽤 깊다. 이런 류의 영화가 주는 남모를 예쁨이 있는데 그걸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