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브라더] 이하늬가 예쁠 때

슬슬살살 2018. 11. 6. 21:47

이하늬가 다시 보였다. 예쁜 외모에 다재다능한 매력을 가진 연예인이지만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도 없고 연기력도 눈에 띄지 않아 그냥 재주 많은 예쁜 여배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적어도 귀엽게 미친 여자와 '엄마'의 아가씨 모습을 상당히 잘 표현했다. 특히 뜬금 없는 등장과 요상한 분위기가 극을 이끌어가는데 중요한데 중심을 잘 잡았다. 오버했으면 망작이, 쳐져있으면 우울한 작품으로 끝났을 터다. 그렇게 이하늬는 마동석의 포스를 누른 유일한 여배우가 되었다.


지금 찾아보니 원작이 뮤지컬이란다. 아. 그러고 보니 오버스러운 극 구조가 이해가 된다. 억지스러운 전개, 동화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대사보다는 노래가 어울린다. 영화는 엄청난 유교적 집안의 가풍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서 억압받고 자란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돌아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화의 대다수고, 여기에 중재자이자 영화적 상상력의 동기를 이하늬가 격발한다. 처음에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를 추리하는데 곧 그녀가 죽은 엄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두 형제만 빼고. 그리고는 다시 두 형제의 화해를 향해 나아간다.



이하늬가 죽은 엄마라는 게 밝혀지고도 영화는 재미있다. 일단은 마동석과 이동휘의 티격태격만으로도 기본은 한다. 물론 한국 코메디인 말장난의 연장선이지만 결코 후지지 않다.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한데 한국어가 가진 오묘한 뉘앙스의 유쾌함은 결코 천박하지 않다. 오히려 상당한 수준의 블랙 조크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국 코메디에 대해 유치하고 예측가능한, 뻔한 장면이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이런건 어벤져스에도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늘 진지한 얘기만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슬슬 정형화 되고 있는 마동석의 터프함이 그나마 적게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