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삶에,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에 걸고 서약하노니 나는 결코 타인을 위해 살지 않을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살 것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책들은 많이 나와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본주의에 영웅성을 부여한 책은 처음이다. 2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방대한 소설은 가상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는 사회주의가 점령했고, 아무도 생산을 하지 않아 빈곤에 빠져 있는 사회다. 마지막 남아있는 미국에서도 사회주의적 논리, 부는 재분배 되어야 하고 급한 이들에게 먼저 자원이 돌아가야한다, 부를 창출하는 건 그(들)의 운명이지 그(들)의 능력이 아니다라는 이상한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지치고 지친 자본가들이 파업을 하면서 일어나는 사회의 역진화를 그리고 있다.
제임스, 철광석 같은 천연자원은 대중과 중요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네. 따라서 대중은 반사회적인 개인이 그것을 제멋대로, 이기적으로 낭비하는 것에 무관심할 수가 없어. 결국 사유재산은 전체 사회의 이익을 위해 신탁받은 것이지.
다소 과격하고 황당한 전제인데다 곳곳의 설정들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무조건적으로 찬동하기는 어렵다. 모든 자본가가 부패하거나, 정의롭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것은 아니고 정치인, 관료도 마찬가지니까. 에인 랜드는 아나키스트라고 여겨질 정도로 정부의 역할에 혐오를 가지고 있어 그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도 위험해 보인다.
대그니, 인생에는 중요한 게 없어. 자신의 일을 얼마나 잘하는가 말고는. 중요한 선 그것 뿐이야. 네가 어떤 존재가 되느냐는 바로 거기서 결정되는 거야. 그게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유일한 척도이지. 사람들이 억지로 강요하는 도덕은 사기꾼들이 미덕을 강탈하려고 내미는 지폐 같은거야. 능력이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유일한 미덕이야.
'능력 중심의 사회'라는 가치관은 일견 합당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사회주의자들은 그 틈을 파고들기 때문에 두 이념은 늘 양 극단에서 맞붙기 마련이다. 세상의 90%는 무능하고(평범하고) 개중 일부는 늙었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가난하고 교육을 못받을 수 있다. 능력이라는 것은 개인을 둘러싼 환경의 총 합인바, 결국 능력 위주의 사회는 비인간성을 강요하게 된다. 상속이라는 제도가 기능하는 한 인간은 결코 평등할 수 없다.
국가 단위에서는 뒤틀리고 비틀어진 가치관이지만 개개인의 측면으로 살펴보면 무릎을 치고 읽게 되는 장면도 많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프리라이더들의 논리, 나의 성과를 가로채는 악당들, 공익의 탈을 뒤집어쓰려는 거짓말쟁이까지.. 에인 랜드가 그려낸 산업화 시대의 미국은 현재의 작은 사회의 모습이다. 게다가 산업과 자본주의, 기계장치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열정이라는 건 쉽게 접하기 어려운데 여기서 그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적 자본주의 이념의 토대를 날것 그대로 볼 수 있다.
내게 미국인들의 가장 자랑스러운 특징을 꼽으라면 돈을 버는 것을 메이크 머니(make money)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라고 당당히 말하겠어요. 그것에 다르 모든 특징이 함축되어 있으니까요. 역사상 그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었어요. 부는 그저 압수하고, 구걸하고, 물려받고, 나누고 약탈하고, 베푸는... 고정된 양으로 여겨져 왔죠. 그런데 미국인들은 부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최초로 깨달았어요. '메이크 머니'라는 말은 인간 도덕성의 본질을 담고 있죠.
파업을 주동하는 존 골트의 정체를 파헤치고, 평등이라는 이념 아래 무너지는 미국을 다루고 있는 1권까지는 숨도 못쉬고 읽어 나갔다. 무언가 망가져가는 상황은 지켜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일종의 가학적 재미인데, 틀린 결정을 내린 자들이 자신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 대는 모습은 늘 즐겁다. 안타깝게도 <아틀라스>의 재미는 거기까지다. 자본거, 선각자들이 파업을 한 이후부터는 갑자기 말투를 바꿔 계몽서적의 길을 걷는다. 지루한 긴 문장으로 에인랜드의 주장을 연설할 뿐인데 소설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덕목, 독자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다.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그 모습에서 극우의 그림자를 본다. 무언가 '주장'에 빠져 있는 이들은 늘 독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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