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해도 연출에 감탄하게 되는 영화다. 어떻게 단 한 장면도 직접 보여주지 않고 노트북을 거쳐서 내보낼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노트북이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장면은 노트북에서만 표출되고 주인공의 생각, 추론, 커뮤니케이션까지 노트북의 구글, 유튜브, 페이스타임을 통해 이뤄진다. 참신하다 못해 어이없는 이야기 방식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함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영화와 가장 거리가 먼 삶을 산다. 총은 커녕 주먹질을 언제 겪어 봤는지도 가물가물하고 마약은 커녕 병원에 갈 일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구글은?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유튜브와 구글, 페이스북은 우리 일상생활의 기본 장치다. 물론 카카오스토리가 전부인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아 딸의 노트북을 뒤지기 시작한 데이빗은 늘 관객을 바라본다. 노트북에 설치 된 웹캠을 바라보는 거지만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는 데이빗의 눈동자에서 관객은 일반적인 시선의 영화보다 훨씬 깊은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데이빗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관음의 쾌감이라니. 매력도 이런 매력이 없다.
이야기 적으로도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며 영화의 끝까지 쪼는 맛이 있게 만들었다. 먼저 범죄인지 가출인지 헷갈리게 만들어 놓고, 학교에서의 왕따설, 동생의 마약, 성적인 문제, 온라인 범죄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가능성을 펼쳐 놓고는 엉뚱한 곳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초창기의 '제임스 완'이 떠오른다. 완전히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방식이지만 시선을 달리 함으로서 참신하게 만들어냈다. '아니시 샤간티' 감독의 전작들이 <마이크로 이코노믹스>, <구글 글래스>라는 걸 보아 뉴미디어와 새로운 시선에 집착하는 감독 같다. 영화의 시선도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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