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전>은 작가 미상의 고전 소설이다. 18세기 중엽으로 그 저작 시기만 추정할 뿐이다. 선계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인간계로 건너온 숙향이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선계에 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시기를 의심할 정도로 세련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액자식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이야기에 반전적인 요소들도 담고 있다. 게다가 권선징악, 내세와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근대소설에 가까운 작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도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남녀의 애정을 우선가치로 삼는 건 저자가 상당히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려 준다. 어쩌면 이런 면 때문에 작가는 <음란서생>처럼 자신을 숨겨야 했을런지도 모른다. 읽다 보면 <구운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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