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호랑이를 보겠다고...... 만일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비슷 비슷한 8개의 단편 모음집이다. 여기서 비슷 비슷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주제가 일관된다는 뜻도 있지만 자기복제가 심하다는 점도 담고 있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결핍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 연하의 남자를 마음에 담고 있으며 쌍방이 아닌 짝사랑과 유사한 느낌이다. 게다가 이 여성들은 하나같이 진도(?)가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그게 일종의 마지막 자존심인것처럼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중년 여성의 심리로 보인다. 수동적인 것도 정도가 지나치다. 마치 그런 것이 아름다운 여성의 삶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주제의식이다. 모든 단편이 이러니 다나베 세이코란 작가는 왠지 고루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좀 더 잘 풀릴 수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일이 고여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네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호리 씨 말입니다. 그만 그가 좋아지고 만 거에요. 여섯 살 어린 청년인걸요. 어디가 그리 좋으냐고 물어도 할 말은 없어요. 특별히 그럴싸한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 평범한 청년이죠. 호리 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싫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걸 아름답다고 느끼는 여성이 과연 자기 인생을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이 불합리하거나 말거나 순응하고 허무주의를 멋지게 생각하는 옛 일본의 기생문학의 현대판 버전이다. 이게 과연 여성의 보편적인 욕망이라면 정말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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