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디커플링] 활동의 고리 속에 돈이 있다

슬슬살살 2020. 12. 27. 10:47

말로는 늘 고객 중심이라고 외치지만 대부분의 비즈니스 그룹은 자산의 함정에 갇혀 있고 기술이 모든 것이라 외친다. 신문사는 윤전기를 돌리고 인쇄 비용을 낮추는데 역량을 쏟는다. 디지털 디바이스 중심인 2020년에도. 온라인 비즈니스가 아무리 커져도 백화점은 건물과 매장이 오프라인에 존재할 때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렇다 할 지라도 이러한 가치관은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디커플링'은 전체 서비스를 고객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나 하나 구분하고 그 가치 사슬 중 하나를 끊어낸다. 그리고 해당 활동만을 별도로 사업화한다. 기존의 사업은 누수를 경험하게 되어 버리면서 파괴된다. 이러한 고리끊기가 디커플링이다디커플링을 당하지 않거나, 디커플링을 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의 눈으로 비즈니스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 지금의 배달 어플과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다. 070으로 시작하는 어떤 곳에 주문을 하면 알아서 사람이 가까운 곳에 주문을 해 주는 단순한 모델이었는데 결국에는 실패했지만 전화번호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고객의 가치잠식 활동을 대신해 준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디커플링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실패했다. 왜일까? 

고객이 분명 번호를 찾는 귀찮은 행위를 싫어하기는 했다. 하지만 누구인지 모르는 상담사에게 자기가 뭘 먹고 싶은지 의논하는 건 더욱 싫었다. 결국, 고객은 모르는 상담사에게 전화를 걸기보다는 전단지를 뒤지는 걸 선택했다. 수년의 시간이 흐른 후 같은 컨셉의 '배달의 민족'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과연 이 어플이 엄청난 기술 혁신의 결과일까?

디지털 회사는 본질적으로 혁신적 기술의 '개발자'가 아니라 '사용자'이며 이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의 일부 부서, 그리고 알파벳은 기술 혁신 기업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에서 예외적인 경우다.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디지털 비즈니스를 전체 비즈니스로 본다면 기술 기업은 디지털 비즈니스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배달 어플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불편함을 해소해줬다. 단지, 모르는 상담사의 자리를 AI가 대체했을 뿐. 

디커플링 유형을 분류할 때 중요한 것은 파괴자가 어떤 활동을 분리해서 자신이 취하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기존 기업이나 다른 회사에서 계속 제공할 수 있는 활동으로 무엇을 남겨두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스팀은 게임 판매점에 가야 하는 가치 잠식 활동을 남겨두었다. 슈퍼셀은 고객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활동을 그대로 두었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남기느냐, 이 점이 바로 디커플링 유형에 차이를 만드는 핵심이다. 

새로운 사업에는 새로운 기술이 따야 한다는 건 착각이다. 오히려 고객의 활동 중 무엇이 가치있고 무엇이 문제가 있는가, 무엇이 돈이 되는가를 활동 단위로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훌륭한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