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사람을 죽였고, 다시금 또 한 사람을 죽이게 된 그는 이제 스스로를 죽이려고 한다. 그게 이 영화 제목이 '세 번째 살인'인 이유다.
일본영화는 참 맛있으면서도 손이 안간다. 한국과 가까운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주는 매력 반면에 차양막을 한번 가린 것 같은 연출이 늘 마음에 걸린다. 언어가 주는 장벽만이라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감정이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스릴러라 하기에는 잔잔하다. 우리가 아는 법정물과도 다르다. 살인을 자백한 미스미를 변호하는 시게모리팀의 세명은 변호사라기 보다는 샐러리맨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그려지는 법조인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어쩌면 저쪽이 실제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일상이 아닌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이 영화에서 미스미는 계속해서 말을 뒤집는다. 처음 살인을 저지르고, 이후에는 정의감의 살인을 저지른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참회를 위한 자살, 자기 살해를 저지른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두번째 살인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미스미는 입장을 번복한다. 내가 죽였다. 죽이지 않았다. 그 혼란 속에서 변호사로서의 일을 하는 시게모리, 판사로서의 일을 하는 누군가, 검사로서의 일을 하는 검사까지. 누구나 자기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는 모습은 한 사람이 사형을 당할지도 모르는 엄중함을 일상의 한 장면으로 희석한다.
영화가 주려는 메세지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모호한 스토리지만 뿌옇게 퍼진 감정적인 화면이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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