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고고학을 꿈꾼다.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로프트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땅을 파헤쳐 잊혀진 과거를 발견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어린 아이들이 보물을 찾겠다며 땅을 파는 행위만 보더라도 고고학을 통해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건 인간의 DNA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그 관심에 비해 유명한, 아니 대중화 된 고고학 서적이 적은 건 실제 고고학과 꿈 속의 고고학의 괴리가 너무도 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고고학 이야기는 흥미롭고 신나지만, 실제의 고고학 발굴 작업은 긴 시간을 들여 끈기 있게 유물을 관찰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의 눈에 비치는 실제 고고학자의 모습이 짠내 가득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대중에게 가까운 편에 속하는 강인욱 박사의 이 책 역시 최대한 대중을 위해 가볍게 접근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고고학의 '간지남'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치열한 발굴의 과정을 소개하고 그 작은 발견들을 통해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들을 주로 소개한다. 그 옛날 먹고 버려진 조개무덤을 통해서 신라인들이 상어고기를 즐겨먹었음을 밝혀내고 나아가 고도의 염장 기술이 있었음을 추론하고 그 맛을 상상하기까지.. 어쩌면 고고학이란 건 과학보다 감성을 다루는 예술에 가깝지 않을까?
이 책 한권으로 고고학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고고학이란 게 어떤 일이란 건 잘 알 수 있다. 인디아나 존스는 없지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학자들의 모습에서 치열한 삶을 엿볼수도 있다는 면에서 이 책은 따뜻한 직업 소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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