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은 투박하면서도 우직한 영화다. 납치당한 유명인의 탈출 이야기라는 단순한 구조지만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장면 장면이 신선하다. 먼저 황정민이 본인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 영화배우 황정민이라는 이름은 여타 부연 설명 없이도 관객을 고스란히 몰입시킨다. 그야말로 괴리감이 0인 연기.
그리고 지존파를 연상케 하는 다섯명의 범인도 구태의연한 배경 설명이 없다. 모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캐릭터들임에도 ‘그냥 악당’이라는 공식에 딱 걸맞는다. 어거지로 사연을 만들지 않아 관객은 ‘배우 황정민’과 ‘악당 다섯’의 대결을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볼 수 있어서 오락 영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중간 중간 보이는 살벌한 개그들, 황정민에게 유명한 대사를 시키거나(드루와 드루와) 박성웅이 ‘브라더’를 외치는 장면도 전혀 위화감 없이 녹아든다. 후반부에서 경찰의 대응이 다소 비현실적인 면이 있지만 (폭발물을 다량 가진 범인이 서울시내를 활보하는 상황이라면 군대가 동원될 스케일이다) 머리 아프게 실적 운운하는 상급기관이나 이리저리 재는 정치인(당연히 이경영이 딱 맞겠지만)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롯이 납치된 상황과 탈출이라는 본질적인 주제만을 극대화했다는 측면에서 ‘테이큰’이 연상되기도 한다. 기존 검증된 방식의 연출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영화 마지막, 자신의 사연을 영화화하면서 트라우마를 가진 상태에서 살인자 역할을 하는 후배 배우와 기념 촬영하는 황정민의 모습은 유명인의 고충을 드러내 인상적이다. 황정민이 황정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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