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한산: 용의 출현’ 의와 불의의 싸움

슬슬살살 2022. 10. 30. 18:18

우리는 역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알고 있는 것은 결과뿐이다.. 한산에서 이순신이 적을 무찔렀다는 사실 한 개만 전해지기 때문에 나머지를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역사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이순신 장군은 무한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캐릭터다. 적을 맞아 무패 하였으며 어려운 조국의 승리를 홀로 견인했다. 온갖 고난에 시달릴 뿐 아니라 내부의 적으로부터까지 공격받았다.. 소설로도 이런 캐릭터가 있다면 개연성이 없는 판타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현실에서 이뤄진 일이다.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명량에 이어 한산, 노량으로 이어질 이순신 트롤로지는 흔히 말하는 국뽕으로 흐를 요소를 가지고 있는 데다CG의 양이 많고 고증 이슈도 있어서 자칫 삐끗하기라도 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특히 전작 명량에서의 최민식 배우의 연기가 역대급이었기 때문에 한산은 여러모로 고민스러웠으리라. 하지만 박해일 배우는 이런 우려를 완전히 씻어낸다. 뛰어넘지는 못했으되 전작을 지워버리는 수준 높은 연기를 보였다. 그때보다 훨씬 좋아진 CG기술은 이 영화의 몰입도를 깊숙이 가져 가게 만들었다.

 

 

이번 한산은 단순히 거북선이 등장해 적을 쳐부수는 영화가 아니다. 임진왜란 전체를 시각적으로 조망하고 그 안에서의 이 싸움의 의미를 담아내는 영화다. 임진왜란에 대해 감독은 배우의 입을 빌어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 말한다. 명나라를 치러 가는 일본과 이를 막아선 조선에 대해 각각 불의와 의로 정의함은 자칫 사대의 수긍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감독의 의도는 그보다는 침략과 방어에 뜻을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말 부분에 이르러 수많은 일본군을 막아내는 의병의 모습은 지킬 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정의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불의인 것은 타국을 물리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다른 문화, 국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절대 정의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