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생활을 끝내고 고향에서 해녀로 살아가는 주상숙이 다시 정계로 복귀하고 강원도지사에 당선된다. 처음에는 진심을 다해 도정을 돌보지만 점차 인기에 영합하며 초심을 잃고 다시 거짓말을 못하게 되어 버린다. 이번에는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함께. 결국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OO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은 수많은 미디어의 소재가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사람도 있고, 어떤 때는 괴물로, 히어로로 변모한다는 소재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특히 일정 수준의 노력 없이 ‘갑자기’ 그렇게 된다는 게 대리만족의 정점을 찍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인다. 최근 유행하는 이계로의 전이, 과거로의 회귀는 더 이상 현실세계로 만족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는 그래서 조금 약한 편이다.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거짓말에 대한 영역을 다룬다. 일반적인 생활에서의 ‘하얀 거짓말’까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웃음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결혼식 주례로 선 자리에서 신랑 신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씬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일까. 전작보다 웃음의 정도는 세졌지만 깊이는 얕아졌다. 나름의 인간성을 회복하며 점차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정치인 ‘라미란’ 대신 주변인물에 대한 ‘디스’를 메인 웃음 코드로 삼는 <정직한 후보 2>는 흥행에서도 전작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 끝났다. 오히려 김진태 강원지사의 발언 같은 영화 외적인 요소로 더 주목을 받은 경향도 있다. 반짝반짝 빛난 시누이 박진주의 역할을 빼놓고는 볼 게 없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한 마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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