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수리남’ - 악의 한 복판에서

슬슬살살 2022. 12. 18. 18:45

이제 일 년에 한 편씩은 꼭 넷플릭스에서 한국 히트작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는 헐리우드에서나 나올 법 한 누아르 수사 드라마 수리남이다. 돈을 벌기 위해 수리남으로 넘어간 강인구가 마약 전쟁의 한 복판에서 벌이는 액션물이다. 평범한 사람이 우연히 범죄에 연루되는 전형적인 스토리이지만 압도적인 비주얼,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전히 획기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서 역시 윤종빈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6부작이지만 아마 1편씩 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몰입도가 있다.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먹는 홍어를 버린다는 수리남에서 홍어 사업을 시작한 강인구. 강인구는 타고난 넉살로 적당한 뇌물로 문제없이 사업을 이끌어가지만 어느 날 그의 홍어에서 마약이 발견되면서 사업은 마약 쪽으로 넘어간다. 자신의 사업을 되찾기 위해 안기부와 협력, 마약왕 전목사 토벌 작전에 함께 하게 된 강인구와 전 목사가 벌이는 두뇌 싸움이 이 드라마의 시작과 끝이다.

화려한 액션이 많지는 않지만 적당한 수준이고 수리남(실제로는 도미니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하는 비주얼도 눈을 즐겁게 한다. 작품의 매력은 하나같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평범하지만 나름 머리도 잘 돌아가고 몸도 잘 쓰는 강인구(하정우), 끝없는 악의 본질 그 자체인 전목사(황정민), 공무원으로서의 긍지와 인간적인 고뇌 사이에서 갈등하는 엘리트 요원 최창호(박해수)의 모습은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특히 넷플릭스의 남자 박해수의 변신이 꽤나 신선하다.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강인구를 보면서 마음이 어찌나 편안해지던지.. 할리우드 액션물의 지극히 일반적인 엔딩 그래서 그들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담백한 마무리를 안기기에 더 재밌는 드라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