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파멸로부터의 생존자들’ - 준비되지 못한 작가의 어설픈 S/F

슬슬살살 2022. 11. 16. 21:09

2병스러운 제목에도 이 책을 고른 건 이 소설이 한국에서 보기 드문 S/F라는 점 때문이었다. 비록 마이너 한 장르성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 거기에 책 후면에 적힌 도발적인 시놉시스가 나름 이 책을 선택하게 했다.

 

“인류를 갈등의 파멸로 치닫게 했던 장벽 이후 드러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이 책은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명확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관계, 최소한의 캐릭터조차 준비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린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제대로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소설은 전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 심지어 하고 싶은 말조차 불분명하다. 자세히 살펴본 주제라는 것도 작가 스스로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는 듯, 인간의 소통이 이미 막혀 있어 신에 의한 징벌이 내린다는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생명체가 인간의 저항에 포기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인간들은 소통하는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에요. 아니 일방적이보다는 대화할 의지가 없어요. 사람들은 대화한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상대의 의견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요. 늘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있을 뿐이에요. 결국 인간에게 대화라는 것은 자기 의견을 던져 놓고, 상대의 의견에는 끊임없이 반대하며 싸우다가 끝나는 과정이에요. 그런 다음에는 수많은 상처와 단절만 남게 되는 거고요.

 

어느날 전 세계적인 이상 현상으로 파괴할 수 없는 장벽이 무작위로 세워져 인류는 곤란에 빠진다. 남한은 충청을 기준으로 남북이 다시 갈리고 이 과정에서 자원의 재분배를 받지 못한 남쪽의 시민들은 결국 신한국이라는 반정부 세력을 갖추고 기존 서울 중심의 정부군과 내전에 돌입한다. 그러다 갑자기 장벽이 없어지고 둘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는데 마침 파충류떼가 나타나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평면적이어서 도저히 몰입할 수가 없다. 게다가 최소한의 교열도 없는지 비문 투성이인 글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것을 보면 저들도 우리가 자신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짐작이 갑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짐작을 하는 주체가 우리인가? 우리가 저들을 짐작하는 건가? 저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이 간다는 말이 이렇게 쓸 수 있는건가? 게다가 곳곳에 있는 맞춤법 실수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간을 입맛대로 조정한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건 초등학생 수준의 맞춤법이다. 그러니 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런 소설이 출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니.. 한국의 S/F 장르의 미래가 갑갑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