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 영광의 날들은 가고

슬슬살살 2023. 1. 15. 12:51

이제 어벤저스는 예전의 영광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1세대 이후, 스파이더맨을 제외하고 새로운 구심점은 없어 보인다. 블랙팬서, 샹치 같은 미래 세대 캐릭터들이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하나같이 힘을 못 쓰고 있다. 특히 이미 스페이스 오페라 규모로 넓어져 버린 스케일은 더 이상 현실 세계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너무나 부적절하다. 타노스급의 괴물들이 우글대는 위협에서, 전설의 바다종족이 나타나는 지구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이나 이상 기후문제 같은 지구적 규모의 문제를 다룰 수 없어져 버렸고 점점 현실세계와 동 떨어진 이야기만을 하게 되어 버렸다.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억지스런 등장인물들...

특히 블랙 팬서 시리즈는 첫출발이 괜찮았기에 더 아쉽다. 물론 과도한 오리엔탈리즘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비밀스러운 국가 와칸다라는 존재는 충분히 매력적인 설정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주인공 역할의 채드윅이 암으로 사망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해졌다. 이번 와칸다 포에버는 새로운 블랙팬서의 전환을 선언하는 자리이자, 마블의 PC 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와칸다라는 전통 부족의 설정에서 흑인 여성이 등장하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너무 호리호리한 여성을 무리하게 히어로로 스케일 업하는 과정에서 액션의 파워는 약해졌고 어설픈 파워레인저가 되어 버렸다.

 

물 속 군주의 등장은 세계관에 새겨진 또 다른 구멍이고. 이제는 도저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를 지경이 되어버린 어벤저스가 아쉽다. 이제는 끊지 못해서 억지로 피우는 담배같은 영화다. 영광의 날들은 가 버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