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경력이 꽤 되는 중견 작가여서 어느 정도는 읽을 만하겠다 싶었는데, 실망이 더 크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서사를 곳곳에 배치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하나의 축을 형성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돈다. 원래의 의도는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복수극을 통해 돌고도는 먹이사슬의 잔혹함을 그려 내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한데 실력이 의도를 넘지 못했다.
정교한 먹이사슬보다 할말은 많은데 표현이 어려운 아이의 진부한 이야기처럼 지루했다. 팩트 위에 쌓아 올린 세부적인 픽션이 그나마 끝까지 읽는 원동력이 되기는 하지만 정작 등장인물의 심리변화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도 사전 조사만큼은 끈질기게 했는지 소재의 디테일은 꽤 뛰어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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