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도전이다..
결혼전 친구들과 지리산 종주를 했던 와이프는 종종 지리산에 종주를 둘이 해보자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등산이라 하면 북한산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하던 제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리 없다 생각했지만..
결혼기념일 기념으로 가자는 말에는 핑계를 대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2박3일 종주를 결정 해버렸습니다.
와이프는 1주일동안 신이 나서 준비했지만 저는 갈수록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어쩌지? 고립된다거나, 저체온증은? 나중에는 곰
과 멧돼지
까지 걱정이 되더군요..
하지만 어김없이 날짜는 다가오고.. 드디어 출발하는 날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먹을 것.. 3일간 먹을 식량과 취사도구, 옷가지 정도만 챙겼는데도 가방이 모자라더군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런 종주를 위해서는 일반 등산 가방이 아닌 캠핑용 큰 배낭이 필요하답니다.
그것도 몰랐던 저희는 보라카이에 놀러갈 때 썼던 비치백을 추가로 가져가야만 했습니다.
햇반, 카레, 참치, 햄, 김치 등 각종 먹을거리를 준비했지만 그중에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바로 고기였습니다.
돼지 목살 1근과 소고기 반근을 준비했는데 냉동시설이 없는지라 냉동실에 밤새 꽁꽁 올린 다음 위 사진처럼 우유박스에
아이스팩과 함께 보관했습니다. 고기도 무사히 포장했겠다.. 이제 출발입니다.
PS. 고기에 집중하느라 소주와 김치는 사놓고도 안가져가서 역에서 다시 사야 했습니다.
구례로 이동(22:25~03:30)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한 첫 출발지는 구례군입니다.
구례까지는 무궁화 열차로 이동했는데 버스와 비교해서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단점은 너무 지저분하고, 불을 꺼주지 않아 잠을 자기가 어렵고, 입석 승객이 많아 불편합니다.
좌석 역시 너무 구형이라 불편합니다.
장점이 있다면 구례에 도착하면 노고단까지 이동하는 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가 기차역에서 승객들을 가득 태운 뒤 터미널을 경유해 노고단으로 가는데 약 40분 정도가 걸립니다. 그래서 버스로 이동하게 되면 노고단까지 서서 이동해야 합니다.
(만약 다음에 갈 일이 있다면 저는 반드시 버스를 이용할겁니다.)
새벽 3시반인데도 등산객으로 가득찬 구례구역.. 역 앞에는 호객하는 택시들로 들끓는데 노고단까지 1인당 만원입니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버스를 이용하면 5,100원인데 2시간에 1대씩 밖에 없답니다.
성삼재~노고단(05:00~06:30)
성삼재에 도착했을때 너무 추워서 준비해간 우비를 입어야만 했습니다. 곧 벗긴 했지만요..
성삼재도 차로 올라가기는 하지만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이라서인지 날씨가 완전 괴팍합니다.
왼쪽 사진은 우연히 애완동물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찍혔네요 ^^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가는 길 바닥에는 이렇게 야생동물의 발자국으로 안내가 됩니다.
약 1시간 30분 가량 올라가면 옛날 CF에 등장해서 유명해진 "지리산 노고단"이 나옵니다.
정확히는 노고단이 아니라 노고단 산장인데 이곳이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지인 천왕봉까지는 25.4km, 노고단까지는 400m인데 다녀오지 못한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
이제 겨우 출발선상에 섰을 뿐인데 지치기 시작합니다.
일단은 이곳에서 식사를 해야 겠지요.. 드디어 지금까지 싸 짊어지고 온것 중 한개를 먹어야 하는 시점이 온것입니다. (아~ 신나라~)
밥 짓는 취사장..군대 식당과 비슷하다.
오늘 아침 메뉴는 카레입니다. 3분 카레 또는 짜장은 산에서 먹기 편한 음식중에 하나입니다.
주변에도 카레를 먹는팀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다른 팀들은 작은 버너를 가져왔으나 저희는 단순히 싸다는 이유로 이 작은 블루스타를 사왔습니다.
홈플러스에서 2만3천구백원!!, 부피가 크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산이 아닌 곳에서도 쓸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식사를 마치고 커피도 한잔 하고 출발 준비를 합니다.
노고단~임걸령삼거리(06:30~07:30)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가져간 등산가방이 너무 작아 해변 비치백을 가져갔는데 그것이 여기서부터 발목을 잡습니다.
가방 무게는 약 10Kg, 와이프가 약 7Kg인데 아직 식량이 너무 많이 들어있어 무거운것처럼 느껴집니다.
끼니가 지날수록 나아지겠지요...
지리산에 와서 처음으로 오른 정상입니다. 앞으로 ㅅ수많은 봉우리를 지나게 되겠지요..
정상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기원탑도 있는데 꽤 높습니다.
그동안 이곳을 지난 등산객들이 만든 것일텐데 저희도 돌 하나를 얹으며 기원을 했습니다.
임걸령3거리~임걸령(07:30~8:30)
임걸령3거리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지리산행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지리산 종주중에 가장 신기했던 것이 길이 오솔길이라는데 있었습니다.
사람한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오솔길을 통해 33Km를 가는 것입니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다보면 넓은 곳이나 높은곳이 나오는 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란히 걷기 보다는 앞뒤로 걷게 됩니다.
오솔길 따라 천왕봉으로~
날씨가 좋아서인지 힘든줄도 모르고 올라갔습니다.
왼쪽 사진을 보면 산이 겹쳐진것처럼 보이는데 저 산을 모두 넘어야 천왕봉이 나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낮으면 나무의 키가 높고 해발이 높아질 수록 같은 종이라도 작아지는것 같더라구요..
한참을 오르고 올라 드디어 임걸령 도착!!
해발 1336미터의 임걸령은 옛날 임걸이란 의적의 본거지였다 하여 임걸령이라고 한답니다.
산의능선을 끼고 주변의 탁 트여있어 전망이 좋습니다.
또 날씨가 오늘처럼 좋은 때에는 연무가 올라와서 더욱 분위기가 있답니다.
임걸령~노루목(08:30~09:30)
임걸령을 출발해 약 2Km정도를 진행하면 노루목이라는 작은 공터가 나옵니다.
노루목을 향해 가다보면 바람이 너무 세차서인지 한쪽으로 기울어진 소나무가 있습니다.
노루목은 봉우리가 노루같이 생겼다고 해서 그 아래 공터를 노루목이라고 부른다는데 노루목에서는 봉우리가 보이지 않아 확인할 수 가 없었습니다.
노루목~삼도봉(09:30~11:00)
노루목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 오르면 삼도봉이 나옵니다.
삼도봉은 3개 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경상남도)의 경계가 되는 곳인데 그래서인지 3도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석이 있답니다.
3도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지석. 이곳을 기점으로 3개 도의 경계가 이루어진다.
이곳은 전망이 탁 트인 편이어서 노고단이 바라 보이기도 하고 날씨가 좋을때에는 천왕봉도 보인다고 하는데 저희는 운무때문에 보지 못했습니다. 노고단은 볼 수 있었는데 불과 몇시간 만에 산을 몇개나 넘은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자기 키만한 등짐을 짊어지고 거꾸로 오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물어보니 대학생 친구들인데 방학을 맞아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40박41일 일정에서 이제 하루가 지났다고 하는데 보름은 밖에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종주를 마치면 신문에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삼도봉~화개재(11:00~11:30)
삼도봉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해 화개재로 급히 이동합니다.
삼도봉에서 화개재까지는 가파른 나무계단이 이어져 있는데 약 15분 정도를 내려가기만 해야 합니다.
(아까 종주하던 친구들은 이걸 올라왔을텐데..)
한참을 내려오면 넓은 헬기장 같은 곳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화개재입니다.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하고 시작되는 노래 화개장터의 그 화개와 맥락을 같이 하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장이 서서 경상도의 소금과 해산물, 전라도의 나물과 삼베를 교환했다고 합니다.
그 옛날 이 높은곳까지 어떻게 올라왔을까요?
정말 우연히 찍었는데 반달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문과 함께 찍힌 사진..
반달곰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이가 썩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에게는 먹이를 줘도 괜찮답니다.~
화개재~토끼봉(11:30~13:00)
토끼봉까지는 꽤 긴 거리임에도 사진이 별로 없는데 오르막이 약 50분간 이어지다보니 도저히 찍을 힘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점심때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해발 1,500미터가 넘는 토끼봉도 역시 넓은 헬기장 같은 분위기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곳에서 뱀사골로 빠져서 식사를 하고 와야 하는데 뱀사골이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물이 없는 저희는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산속에서 물의 중요성을 알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토끼봉~연하천(13:00~15:00)
결국 식사도 하지 못한채 오늘 묵을 숙소인 연하천 대피소로 향했습니다.
물도 떨어져가고 식사도 못해서인지 힘도 들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슬슬 눈에 익는 얼굴들이 나타났는데
오른쪽 사진에서 보면 분홍빛 상자를 짊어지고 가는 분이 있는데 저렇게 먹을 것을 잔뜩 지고도 저희보다 훨씬 빠르시더라구요.
그 외에도 뱀사골을 다녀와서는 폐쇄되었음을 알려주신 안양에서 오신 분은 짐을 잔뜩 짊어지고 혼자 산행중이어서 느림보 3이라는 별명을 붙여드렸습니다. (우리가 느림보2, 약간은 촌스러워보이는 부부가 느림보 1이었음)
어찌 되었건 점심을 거르게 되었더니 더욱 배가 고파 중간에서 밥 대신 초콜릿과 육포로 간단하게 요기한 후 연하천까지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느낀 사실인데 산속에서 1Km는 지상에서의 3~4km와 같은 것 같습니다. 특히 배까지 고프니 400m밖에 안남았다는 연하천은 굉장히 멀게 느껴졌습니다.
연하천~식사, 취침(15:00~06:00)
겨우 연하천 도착.
등록을 하려 하니 예약 유무와 관계 없이 5시부터 등록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늦은 점심 및 저녁식사를 해야 겠지요.
연하천 대피소 전경, 별도 취사장이 없는 대신 물이 숙소 바로 옆에 있어 편리합니다.
일단 식사는 전투식량입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알았는데 이런 전투식량을 인터넷으로 팔더군요.
찬물을 부어도 밥이 되니 산행에 유용한 것 같습니다. 특히 햇반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종류가 다양해 편리하게 먹을수 있습니다.
맛은 개인적으로 분말형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군대적 생각도 나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먹고 싶네요 ^^
일단 한잠 주무시고~
연하천 대피소는 노고단으로부터 10.5km떨어져 있는 대피소입니다.
화장실이 있는데 냄새가 거의 삭힌 홍어급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피소마다 이렇게 흡연구역이 있더군요.
국립공원이라 금연일 줄 알았는데 흡연구역이 있는것이 흥미로왔습니다.
생각해보니 무조건 금연을 하는 것보다 일정 흡연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어서 피지 말고 당당하게 흡연 구역서!!
한잠 자고 일어나니 다시 저녁 시간대입니다.
산에서는 TV도 없고 재미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때마다 끼니걱정을 해야 하는데도 그 끼니 준비가 은근 시간이 잘 갑니다.
산에서 팩소주와 함께 굽는 목살의 맛은 정말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소금을 솔솔 뿌려서 김치랑 먹을 뿐인데 왜이렇게 맛이 있던지..
마지막으로 소고기까지 반근 구워먹고야 잠이 들었습니다.
한 19:30부터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다음날까지 한 10시간 이상은 잔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숙소 내부를 촬영하지는 못했는데 군대의 내무반 같은 느낌입니다. 꽉 차서 비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하늘에 별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던 밤.. 지리산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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