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천~벽소령(08:00~11:00)
산 속의 아침은 분주합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구운 햄에, 김, 라면을 먹고, 씻고 설겆이 하고 출발하는 준비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8시경 우리는 같이 캠핑했던 사람들중 거의 가장 늦게 출발했습니다.
천왕봉까지 앞으로 15Km
연하천에서 천왕봉 방향으로 접어드는 길은 아침에 정말 예쁩니다.
마치 비밀의 화원 같은 숨겨진 곳으로 향하는 길 같습니다.
아침 높은 산에는 운무가 피어올라 마치 구름속에 있는 산 같습니다.
온천도 아니고 그야말로 구름이 피어오르는 산입니다. 또 새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 진정한 적막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한참을 진행하자 한쪽 숲길로 커다란 문 같이 생긴 바위가 나타났습니다.
바위가 단순히 멋있게 생겼을 뿐 아니라 아래쪽에서 찬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바위 꼭대기에 자리잡은 소나무
하늘로 연결되는 문 같이 높다란 바위를 지나면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등산객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이곳을 기점으로 정말 깊은 산속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납니다.
워낙 코스가 험해 일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을 볼 수 없어서 적막한 산 속에 단 둘이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순간포착!! 지리산 다람쥐..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는다.
오전 11시경 드디어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지리산 대피소중 가장 아름다운 대피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화에 나오는 산장 같은 분위기에 알프스처럼 탁 트여 산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이곳에는 자판기도 있어 시원한 음료수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이온음료를 한잔 하고 급수를 받아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곳에서 만났던 아저씨 한분이 나중에 큰 도움을 주시지요..
벽소령~선비샘(11:00~12:30)
벽소령 이후부터는 봉우리를 계속 넘어야 합니다.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지요..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형제봉을 넘으면 선비샘이라는 작은 약수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다시 급수를 받았습니다.
물의 중요성은 정말 몇번을 말해도 모자르지요..
선비샘의 유래가 재미있는데
옛날 천대받던 화전민 이씨 노인이 무덤을 샘터 위에 묻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샘터의 물을 마실때마다 허리를 구부리게 되어 남들로부터 존경아닌 존경을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선비샘~영신봉(12:30~14:00)
선비샘부터는 봉우리에 올라갈때마다 천왕봉과 장터목이 보입니다.
볼때마다 까마득한데 그 거리를 실제로 갔다고 생각하니 참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지리산 사진 중 가장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진
지리산은 바위산입니다.
영신봉에 오르기 전 공터에서 전투식량으로 조금 늦은 식사를 했습니다.
산에서 취사는 안되지만 몰래 구석에서 물만 살짝 끓였는데 알고보니 이 전투식량은 찬물을 부어도 되는 거더라구요..
땀을 흘린 후에 먹는 밥이어선지 냉동건조식품이라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영신봉 오르는 길.. 올라온 길과 올라가야 할 길..
해발 1600미터는 결코 만만한 높이가 아니다.
오르고 또오르면 못오를리 없다는 시처럼 드디어 영신봉에 올랐습니다. 해발 1651m의 영신봉은 이름 그대로 영험할 것 같은 곳입니다.
아마 이때가 지리산을 통틀어 두번째로 힘들었던 구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신봉~세석대피소(14:00~15:00)
영신봉을 넘자마자 이번에는 또하나의 커다란 봉우리가 나타납니다. 저 뒤에 길이 보이시나요? 우리가 넘어야 할 길입니다.
우연히 찍은 정상의 나무위에 올라간 새
사실 소리만 들리고 실제로 보기는 반달곰 보는것만큼 어렵다.
오후 세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세석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저 아래 보이는 곳이 세석대피소인데 산속에 파묻혀 있는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많이 쳐졌다 생각했더니 대부분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중간에 저희가 식사를 한걸 생각하면 비슷한 속도네요..
장터목은 사람이 많아 복잡하니 이곳에서 좀 씻고 움직이자는 와이프의 의견을 따라 이곳에서 좀 씻고 움직였습니다.
장터목까지는 3.4km,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때 아직 3시간은 족히 가야 한다는 얘긴데 어두워질까바 조바심이나기 시작합니다.
세석~장터목(15:00~18:20)
장터목까지의 길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세석~장터목 구간은 그간 싸인 피로 때문에 많이 지치고 힘든 구간이지만 해가 슬슬 넘어가는 시점의 이 구간은 너무너무 아름답습니다. 양만 뛰논다면 알프스같을지도 모르겠네요..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인 촛대바위입니다. 도대체 몇개의 봉우리를 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촛대바위에서 마지막으로 기운을 내 봅니다. 이 때가 가장 지쳤던 순간이었습니다.
길이 좁고 험하며, 바위가 많아 해가 진 이후에는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조난 당한다는게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이 갑니다.
와이프는 어릴적 친구들과 이곳을 아무 준비도 없이 왔다고 하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무서워집니다. (독한것)
촛대바위에 올라 지리산 전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볼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문명과 완전히 동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촛대바위를 출발해서도 한참을 바위산을 헤매고 나서야 장터목으로 연결되는 길이 나타납니다.
일전에 온적이 있던 아내가 저걸 넘으면 된다고 알려 주네요..
저는 산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산을 안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씻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는 등산이 싫지만 이곳,
장터목을 코앞에 둔 이곳에서는 정말 기분이 좋았답니다. 오히려 와이프가 여기서는 힘에 벅찬 눈치입니다.
험한 길을 함께 오랜 시간동안 걸으면서 힘들다고 하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고 서로 격려해가면서 온 이 25~6Km가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장터목 도착..
장터목 대피소는 동화처럼 숲을 지나다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납니다.
장터목 에서 저녁식사(18:20~)
도착하자마자 저녁식사를 합니다. 이제 정말 지대가 높아서인지 꽤 쌀쌀합니다.
장터목은 식수가 꽤 멀리 내려가서 길어와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내려갈때 많은 물을 가져와야 합니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김치찌게와 비빔면입니다.
햇반이 두개밖에 남지 않았기에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이제 가방도 많이 가벼워졌네요..
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습니다. 이곳 장터목은 예전 실제 장이 들어선 곳이라고 합니다.
화개재처럼 경상도와 전라도사람들이 이곳에서 장을 봤다고 하는데 그 옛날 호랑이도 있던 시절에 이 험한 곳에서 어찌 장을 봤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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