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게임의 규칙>그것이 어떤 것이든 집단에는 규칙이 있으며, 그것을 어기는 순간 그 집단과 함께 할 수 없다.

슬슬살살 2012. 5. 12. 21:17

1939년 작품으로 빛의 화가라는 르누아르의 아들이 감독인 작품이다. 뭐 이래저래 영화사적으로는 미장센의 대표주자라고들 하는데, 비전문인인 나로서는 미장센이 뭔지 모르겠다. - 백과사전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

 

이 영화의 특징은 많은 등장인물들과 익숙치 않은 흑백화면, 빠른 스토리 전개와 불어라는 특징으로 인해 우리가 보기에 매우 적합치 않고 지루하다는 단점을 많이 보여준다. 특히 처음보는 배우들이 가진 프랑스식 이름을 외는것도 쉽지 않은데 전개마저 빠르고, 문화적 지식마저 없는 상황이라면? 열에 아홉은 끝까지 보는 것을 포기할 것이다.

 

이 영화는 바람둥이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연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시의 프랑스 사교계의 모습을 알 수 있는데, 우스꽝스러운 귀족들의 삶을 유쾌하게 볼 수 있다. 그들은 결코 근엄하지 않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즐거울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 내고, 스스로 광대가 되어 연극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한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랑을 하더라도 질투하지 않을 것. 바람을 피더라도 가정을 파괴하지는 않을 것. 이 두가지 명제 하에서 이들은 친구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와 얽히고 섥혀간다. 이 대목만 봐서는 치정극 영화일 듯 한데, 전혀 그렇지 않고 바보들의 행진을 보는 기분이다.

 

이 사교계의 보이지 않는 룰(Rule), 그것이 바로 게임의 규칙인 셈이다.

 

그런데 그 규칙을 어기는 이가 나타났으니,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영웅, 앙드레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상류 귀족들의 행각만을 비쳐준다. 한심하기까지 할 정도로 그들은 파티에 몰두하고, 친구에게는 쿨하게 아내를 양보하는 등 사랑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잘 짜여진 각본. 오로지 사랑만에 몰두했던 앙드레는 함정에 빠져 귀족들에게 밀렵꾼으로 오인된 척 하며 살해된다.

 

113분 러닝타임 동안 솔직히 지루했다. 이 장면의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이해될 만 하면 또다른 인물들을 끌어들이고,  또 이해될만 하면 또다른 관계를 만들어내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거기에 이해할 수 없는 20세기 초반의 파리 상류층 문화가 재미있을리 없다. 그런데 마지막 5분 만큼은 진짜배기였다. 상당히 충격적이었으며, 이 앞에 모든 장면에 내가 놓친 것들이 엄청나게 들어있을 것 같았다. 이래서 이 영화는 다시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반전을 예측할 수 없도록 앞에 하녀와 사냥꾼지기 부부와 밀렵꾼의 삼각관계를 집어넣은 것은 탁월한 구성이었다.  

 

요즘 영화에 비해 볼거리는 많이 떨어지지만 당시의 상류층 생활을 보는 것은 쏠쏠한 재밋거리다. 예를들면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것.. 실제로는 군대에서 사격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 까. 대부분 사냥터에서 말타고 달리면서 쏘는 줄 알지..그리고 이 영화에 재밌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귀족들의 삶을 다룬 만큼 의상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이 귀족의상을 담당한 이가 지금은 전 세계 여성의 우상이 되어 있다. 코코 샤넬이라고...

 

PS. <게임의 규칙>의 내용이 요즘 우리 정치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다. 선수가 룰을 바꾸려는데, 그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