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에 우리나라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있을까.
전국민의 간식인 떡볶이의 원조는 누가 뭐라했던 신당동이라는 것은 장충동이 족발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 신당동의 수많은 떡볶이 가게들 중에서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가게가 있으니 바로 마복림 할머니네 떡볶이다.1
이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신당동 떡볶이의 맛을 보기 위해 들어오고 그중 대부분은 이 원조라는 이름 앞에 무릎꿇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한다.
원조. 신당동 떡볶이의 1호점이라는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깨어지지 않을 수식어는 많은 매스미디어의 찬양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찬양은 원조의 타이틀 위에 맛집이라는 칭호를 둘러주었다. 거기에 며느리도 모른다는 양념비밀은 그야말로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어버리기까지 했었다.
나 역시 와이프와 함께 얼마전 방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는 부처님 오신날을 떡볶이 오신날로 바꾸어 버렸다.
다행히 10분도 채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고 세트 위주로 된 메뉴판 앞에서 별로 선택의 폭은 없었다. 2인은 11,000원, 3인은 14,000원 등 5인분까지 미리 세팅이 되어있고 그냥 인원수+세트를 이야기 하면 알아서 가져다 준다. 별로 고민할 필요 없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다. 재밌는 것은 다른 곳과 달리 단무지를 포장지째 되어있는 것 1통을 가져다주며 필요하면 알아서 1박스씩 가져다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음... 편해, 편해..
먹는 것과 비교해 보면 양이 꽤 됨을 알 수 있다. 맛은.. 음.. 뭐랄까..
암튼 먹자마자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런 맛은 아니다. 물론 흔히 먹던 떡볶이들, 특히 다른 떡볶이 맛집과는 완전히 다르기는 한데, 처음 먹었을 때는
어? 그냥 짜기만 한데? 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구시렁 거리면서 먹기만 했다.
그런데..
거의 다 먹고 나서야 단 맛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폭풍 흡입을...
그렇다.
맛을 느끼지 못한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내 추측으로는 육수와 양념이 어우러지기 전, 급한 성격에 먼저 먹기 시작 했는데 그것이 맛을 못 느끼게 했던 것 같다. 여기서 얻는 한개의 교훈.. 푹 익혀서 먹어라. 아니면 마지막 한방울까지 싹싹 긁어라 ^^
두번째 역시 내 추측이기는 한데, 다른 떡볶이들보다 단맛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떡볶이집보다 설탕을 덜 쓰는 것만큼은 확실하다.(조미료까지 구분하기에는 내 혀가 너무 저질이다.)
그만큼 조미료와 설탕에 익숙해진 혀로 원조의 옛맛을 느끼기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원조라고 다 맛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옛 맛이 지금의 입맛에 안맞을 수도 있고.. 아무튼 주변의 떡볶이집들이 각각 개성을 가지고 영업하고 있다고 하니 재미있는 떡볶이 촌인 신당동.. 그중에서도 원조인 마복림 할머니네는 꽤 맛있는 곳이다. 다만 적절한 인내심만 있다면..TV만 보고 이걸 먹겠다고 지방에서까지 올라올 필요는 없지만2 이쪽에 들렀을 때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곳이다. 무언가..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맛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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