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모로박사의 섬>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슬슬살살 2012. 6. 17. 20:25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 발표되 이 소설은 세월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SF의 아버지라 불리는 H.G.웰즈는 이 소설에서 생체실험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잔인하게 보일 수 있는 동물실험을 소재로 한 인간의 존엄성과, 진화론을 비롯한 다위니즘, 금지된 과학기술의 진보 등, 현재에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들이다. 

 

주인공 프렌딕은 항해 도중 난파를 당하고 겨우 구조되었으나 먼저 타고 있던 승객 몽고메리와 함께 이상한 섬에서 내리게 된다. 그 섬은 몽고메리가 모로 박사와 함께 일하는 곳으로 1년에 한두차례 동물들을 구해오기 위해 외지를 다녀오던 몽고메리가 이번에는 아프리카에서 표범등을 들여오는 중이었다. 섬에 내릴 프렌딕은 모로박사가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알고 도망치려 하지만 붙잡혀 진실을 듣는다. 금지된 실험으로 영국에서 추방된 모로박사가 이 섬에서 인간실험을 하지는 않지만 동물들을 개조해 인간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 동물들은 어느정도 인간화가 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동물들이 죽거나 실패했다. 실패작이라 할 수 있는 동물들은 일종의 종교적인 행위를 통해 스스로가 인간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화 된 동물들은 점점 퇴화하고 모로박사를 공격해 죽인다. 몽고메리 역시 죽고, 프렌딕은 뗏목을 타고 탈출한다. 그 이후 프렌딕의 제보를 들은 탐험대가 섬을 찾지만 실험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 100년도 전에 동물들을 실험을 통해 인간화 한다는 것을 생각한 것은 대단하다. 참고로 현대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나온 것이 1929년이다. 

 

#. 실험을 통해 고통을 가하는 것과 원치 않는 인간이 되어 본성을 누르고 사는 것. 과연 동물은 행복한 것일까?

 

#. 이 글은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억지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들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이다. 그럼에도 차마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쓰지는 못했나보다. 웰즈는 사실 과학발전에 대해 막연히 공포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를 쓰는 것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나아가 동물의 고통에 대한 인정까지 그 사유를 넓히고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밋밋한 소설이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다. 오히려 다 읽은 후에 상당기간을 곰씹을 수 있는 소설이다.

 

전에 그들은 짐승인었고 환경에 본능을 맞추면서 하나의 생명으로서 나름대로 행복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인간성이란 족쇄에 묶여 몸부림친다. 결코 사그러들지 않는 두려움 속에 산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법 때문에 불안해 한다. 고통으로 시작된 그들 가짜 인간으로서의 삶은 하나의 긴 내적 몸부림이자 모로에 대한 기나긴 공포에 다름아니다. 무엇을 위해?       

 

 


모로 박사의 섬

저자
H. G. 웰스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 | 2010-07-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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