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의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하는 탐정소설이다. 실제 탐정사무소 일을 한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어서인지, 너무나 사실적이다. 그러다 보니 탐정소설 특유의 로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생겨나 버렸지만 말이지..
스페이드 탐정사무소의 스페이드는 어느날 아리따운 여성 윈덜리에게 동생을 납치한 납치범을 만나기로 했다며 그를 미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이었고 대신 미행하던 동료탐정 마일즈는 총격을 받아 사망한다. 또한 목표물인 서스비도 사망한채로 발견되고, 순신간에 스페이드는 동료 살인자를 죽인 용의자로서 경찰의 감시를 받게 된다. 엎친데 덮친다고, 스페이드는 죽은 동료 마일즈의 부인과 내연의 관계. 이는 마일즈의 살인범으로서도 충분히 쫒길 수 있는 상황이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윈덜리의 본명은 브리지드 오쇼네시. 그녀는 사실 '몰타의 매'1라고 하는 보물을 찾고 있었으며 죽은 서스비가 그 보물의 위치를 알고 있어 미행을 부탁했을 뿐 죽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항변한다. 오쇼네시와 한팀이 된 스페이드는 본격적으로 '몰타의 매'를 찾기 시작하고, 관계된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스페이드는 사건의 중심으로 접근해 들어가고 본인만이 '몰타의 매'를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범인 집단을 설득해 내고 해당 집단의 속에 의심의 싻을 불어넣는다. '몰타의 매'를 찾아내지만 그것이 가짜임이 밝혀지고, 실망한 범인들은 다음을 기약하지만 이미 심어진 의심의 싻으로 인해 서로 죽이게 되고 스페이드는 마일즈를 죽인 이가 브리지드임을 밝혀낸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영화의 원조인 <몰타의 매>의 원작이 바로 이 작품이다.
스페이드는 참 나쁜 남자다. 냉정하기 그지 없으며 그가 마음을 여는 것은 비서인 에피뿐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닌 듯 하다. 그렇다고 정의감에 불타거나 놀라운 추리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상황을 본인이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것, 저돌적인 강력계 형사의 모습, 결과만을 추구하는 냉혈한이 스페이드를 나타내기 적당한 말일 것이다. 특히나 심리적인 묘사가 전혀 없는 이 소설은 상당히 건조하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모두 표정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이 소설에서 작가는 심리, 생각 등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오로지 대사와 사실적인 묘사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이는 장면을 더욱 우울하고, 건조하게 만든다. 추리소설로서의 흥미 역시 낮은 편인데, 일단은 상당히 흥미로워 보이는 '몰타의 매'라는 소재가 사실은 어떤 보물로 대치시키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그냥 보물이라는 점과 추리의 과정에서 주인공의 재치와 천재성 등이 나타나는 구조가 아니어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작품에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다. (또 여자에게 함부로 하는 탐정도 덜 매력적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보다 그들을 잡아내는 과정 그 자체가 소설로서의 재미를 가지는 액션물이며, 1920년대의 젠틀한 시대분위기는 덤이다.
몰타의 매
- 요한 병원 기사단(나중에 로도스 섬 기사단)의 보물. 일종의 십자군이었던 이 기사단은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세개의 섬을 양도 받는다. 몰타, 고조, 트리폴리.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온갖 보물로 치장한 매 동상을 바치지만 풍랑으로 인해 그 매는 사라져 버린다. 현재의 금액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보물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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