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구석구석 방랑가족(여행, 맛집)

<남이섬> 서울에서 1시간 떨어진 외국.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기 위해 가는 곳.

슬슬살살 2012. 6. 23. 19:59

 

 

서울 근교 데이트코스 부동의 1위는 바로 남이섬입니다.

겨울연가 이후 그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수많은 매체들에서 데이트코스로 나오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남자의 자격에서 김국진이 데이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 훨씬 이전부터도 남이섬은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중 한개라는 것입니다. 

 

그 남이섬을 34년만에 밟았습니다. (그 34년동안 나는 남이섬도 한번 안가보고 무얼 한 것인가.) 

 

 

남이섬은 2006년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독립(?)합니다.

섬이라는 입지를 잘 살려 또다른 국가라는 컨셉의 관광지 개념을 도입한 것이지요..그래서 매표소도 비자발급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참고로 남이섬을 국가소유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은 사유지입니다.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가지로 1만원을 내고 배로 들어가는 방법과

3만8천원을 내고 고공으로 침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 중 자신의 경제력과 용기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돈도 없고 용기도 없는 이들은 페리호로 고고!!

 

 

남이섬은 큰 섬입니다. 여길 하루안에 다 돌아보는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자전거나 세그웨이를 빌려주니 그걸 타고 돌아다녀도 좋고.. 숙박시설이 있으니 몇달쯤 전에 예약을 해도 좋습니다. 저희는 그중에서 가장 관광객스러운 선택.. 코끼리 열차를 선택했습니다. 붉은색이 코끼리 열차의 루트이고 푸른 선이 저희가 선택한 루트입니다.   

 

코끼리 열차는 섬을 한바퀴 돌면서 가이드가 한차례 설명을 해주는 형태입니다. 짧은 시간동안 섬을 한바퀴 다 돌아보고 그 이후에 가보고 싶은 곳만 선택적으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비용은 1인당 5천원입니다. 남이장군의 묘와 얼마전 남자의 자격에 나왔던 오리배가 보이네요..

 

한참을 달린 후에 메타세콰이아 길 앞에서 내려 달라고 요청 했더니 내려줍니다.

사실 이곳이 남이섬의 핵심인지라 이곳에서부터 둘러보는게 가장 효율적인 것 같았거든요..

 

 

 

 

남이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이 메타세콰이아 길입니다.

서울의 월드컵경기장 인근 노을공원, 전국적으로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아 길등이 유명합니다. 나무 특성상 길이가 일정하게 곧고 크기 때문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연출 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막연하게 가장 보고 싶었던 메타세콰이아 앞에서의 사진찍기가 끝나자 남이섬이 처음인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잘 안왔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저런 동상과 굿판... 캐리커쳐 그리기. 크고작은 상점들. 음식점들.. 등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넓은 곳에 쫙 펼쳐져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것입니다. 

 

이게 문제지요.. 정작 놀거리 앞에서 무얼 해야 할 지 모르는 우리들.... 항상 원웨이 방식의 여행지에 익숙해져 있던 처라 이런식의 관광이 어색하다는 것이 참 씁쓸했습니다. 그래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정문쪽으로 슬슬 걸어 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산책을 합니다. 

 

날씨가 덥지만 녹색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집니다. 

도중에 캐리커쳐 그리기를 안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입니다. 1명당 1만원이었는데 컬러로 그려주는데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쌀 겁니다. 

퀄리티도 꽤 높던데...

 

 

욘사마와 지우히메 사이에서..

 

겨울연가의 힘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남이섬입니다만... 이곳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무언가를 안하기 위해서 가는 곳 같습니다.

그냥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 이곳에 들어 올 때만 하더라도 조금 비싼 가격들과 입구에서부터 호객에 열이 오른 주차장과 상인들에서 인상이 확 구겨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들어와서 보니 명성에 걸맞는 아름다움을 가진 곳이 확실합니다. 오히려 남이섬에 기생하는 주변 무리들이 물을 흐린다고나 할까?

 

어찌 됐건 꽤 맛있는 냉커피를 마시고는 움직여 봅니다.

 

 

공중그네도 있고 타조도 있지만...정작 힘들게 하는건...

 

 

더위..더위..더위...

 

주변에 많은 나무로 인해서 온도 자체는 괜찮지만 그래도 햇빛이 바로 들어오는 곳은 무덥기 그지 없습니다.

태양빛을 피할곳이 필요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타조 옆에 전시관이 멋지게 들어서 있습니다. 

이곳으로 들어가서 잠시 숨을 골라봅니다.

 

냉방이 팽팽 돌지는 않지만 전시품을 둘러보면서 잠깐 땀을 식힐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지금은 길쭉청년이라는 분의 건물스케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대략 요런 느낌의 그림을 그리시는 분인데 건축가라고 하네요..

 

 

서울 근교인 점. 이것저것 소소한 재미거리들이 많고 아름다운 풍광이 반긴다는 점. 주변에 맛있는 먹을거리들이 가득하다는 점. 그 외에도 수많은 장점들 덕분에 남이섬은 앞으로도 계속 연인들의 데이트 1순위가 될것입니다.

 

 

지금은 무거운 몸을 가진 와이프와 둘이 오느라 힘들고 지치지만, 다음번에는 아마도 셋이 함께겠지요?

그때는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은 기대가 듭니다.

 

PS. 남이섬은 원래부터 섬은 아니었다 합니다. 원래는 육지에 붙어있는 언덕이었는데, 소양강댐 건설 이후 물이 차올라 지금의 섬 형태를 띄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 섬의 주인은 예전에 쓸모없는 산을 가지고 있다가 돈벼락을 맞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