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브라이슨 아저씨의 열렬한 팬이다. 1년쯤 전에 우연히 <발칙한 유럽산책>을 접하고는 그 기묘한 블랙 유머에 푹 빠져 버렸다. 그 이후에 읽은 <거의 모든것의 역사>와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에서는 그의 방대한 지적인 능력에 시샘까지 들었고 <나를 부르는 숲>과 <재밌는 세상> 역시 읽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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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세상> - 최근 <발칙한 미국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재발간
그런데 이번에 읽은 <영국산책>은 나라만 다를뿐 이전작인 <미국 횡단기>와 거의 내용과 구성이 유사한 듯해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특히나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어서인지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은 아니니 절대 오해마시길.. 그의 유머는 언제들어도 통쾌하고 스믈스믈한 밑바닥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늘 재미있다. 다만 영미권 문화가 아닌이들에게는 반감되는 단점이 있지만..
그의 책을 읽다보면 한가지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과거에 대한 향수이다. 그는 과거의 것들을 정말 사랑한다. 과거의 것이라 해서 거창한 유물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옛 모습. 주변과 조화롭게 지역적인 특징을 가진 마을들을 정말 사랑한다. 그러나 영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건지 어느 도시를 가거나 똑같은 프랜차이즈 매장들로 가득하다. 주변의 아름다운 역사와 자연은 무시한채 현대적으로만 들어서는 건물들에 대해 브라이슨은 격노한다. 격노한대봤자 책에 끄적거리는 것이 전부이지만..
어찌됐건 그는 영국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영국의 역사와 자연, 수많은 유적들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쓴소리를 내뱉을 수 있는 것이다. 하기는 우리나라도 어딜가나 있는 프랜차이즈들로 불과 30여년밖에 살지 않은 나조차도 과거의 향수를 느낄만한 곳이 없으니..
이 경이로운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천부적 재능과 진취적 정신의 자취를 가는 곳곳마다 목도하게 되는 이 나라에서, 인류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철저히 탐구하고 도전하여 그 영역을 확장시켜 놓으며 공업, 산업, 예술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긴 하루를 보내고 호텔로 돌아와 켠 텔레비젼에서 <캐그니와 레이시> 재방송이 또 나올수 있단 말인가?
(본문 382P)
영국이란 나라를 방문한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다가올 만한 작품이다.(그의 글은 작품이라 부를만 하다)
특히나, 예술과 역사, 문화에 조예가 깊으면 깊을수록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에 두고두고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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