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제노사이드>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종이 탄생했다.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슬슬살살 2012. 7. 12. 22:32

다카노 가즈야키라는 걸출한 일본 작가의 이 소설은 진화론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몇몇 한국인들은 반대를 하거나 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만 진화론은 (한국을 제외하고)전 세계적으로 진실로 알려져 있으니 내용상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런 문장으로 포스팅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한심스럽기도 하다.

 

인간의 새로운 종이 출연한다.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은 지금도 계속 진화중이어야 한다. 진화론도 세부적인 진화의 단계가 다르다. 점점 변한다는 설도 있고, 열성 유전자의 도태에 의해 우수한 인자만이 살아 남기도 하고 돌연변이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이룬다는 등등. 물론 어느 한가지가 정설이라기 보다는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간 역시 생물이기에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돌연변이에 의한 급격한 진화가 저 멀리 아프리카 콩고에서 일어난다. 이 돌연변이야 말로 인류 다음의 종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진화가 급격하게 일어난 것이다. 이 새로운 종은 놀라운 지성을 가지고 있다. 태어난지 3년만에 지구의 모든 정보를 습득한다. 무엇보다도 전체를 한번에 파악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른바 복잡계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무슨 뜻이냐고? 확율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의 정신을 인간의 잣대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를 파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물리적인 파워의 차이가 아니라 순수히 지성만으로도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한 미국은 일련의 특공대를 보내어 이 새로운 종. 누스를 없애는 작전을 펼친다.

목표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인류종. 단 한사람을 '제노사이드'하는 것이다. (277P)

 

인간은 추악하기만 한 존재인가.

겉으로만 봤을 때 이 책은 단순한 강자와 인류의 대결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이종과의 대결외에 핵전쟁의 위협, 한일문제, 민주주의의 문제점, 강대국의 도덕성,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선악, 과학의 발전, 지성과 도덕의 관계 등등 철악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화두는 인간이 과연 선한 존재인가라는 문제를 던진다. 또 인간 자체가 선한 존재가 아니며 특히나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는 따위의 인간들이 선할리 없다 말한다. 그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는 인간들이란 바로 국가의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날카로운 지적이다. 왜냐하면 국가의 인격이 곧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는 추악하다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 외에도 소년병, 군수업체들의 전쟁, 마지막으로 종 자체를 학살(제노사이드)하는 유일한 개체라는 측면에서 인간 역시 선한 존재가 아니라 말한다.

만약 이곳에 기자가 있었다면 학살 현장을 문장으로 적고 있으리라. 그 기사나 읽는 사람의 마음에 평화에 대한 소망을 싹트게 함과 동시에 공포스러운 것을 보고 싶은 엽기적인 취향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리고 저열한 오락의 발신자와 수신자는 학살자들과 똑같은 생물종이면서도 자기만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입으로만 세계평화를 부르짖으며 만족을 느낄 터였다.

 

지성이 곧 도덕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는데 지성이 곧 도덕이라는 뜻이다. 하이즈만 박사나 루벤스, 신인류 역시 높은 지성을 바탕으로 도덕적인 선택을 한다. 일견 당연한 것이 보다 높은 지성이라는 것은 더욱 우수하다는 뜻인데 그 우수함에는 사악함이 깃들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인류를 구하는 것은 높은 지성을 가진 인간들이다. 높은 지성이 곧 도덕적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악한 이들은 도저히 지성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악한 본성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촘촘한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이야기

아들을 위해 누스를 죽이는 작전에 뛰어든 용병 예거와 그의 동료 용병들.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수수께끼 같은 난치병 치료제를 만드는 약학 대학원생 겐토. 30년 전에 인류  멸망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하이즈먼 박사. 갑자기 나타난 신인류종. 미국 첩보기관의 뛰어난 지휘관 루벤스. 콩고지역의 내란과 각종 전쟁들. 하다못해 마약범죄자의 작은 실수까지 이 소설 곳곳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전혀 무방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전개시켜 나가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한가지의 목적에 부합한다. 이런 구성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작가야말로 복잡계를 넘어선 신인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미스테리적인 요소와 숨막히는 빠른 전개를 만났고, 고증과 연구를 통한 방대한 자료조사가 사실감을 불어넣었다. 또, 철학적이면서도 살아가면서 반드시 고민해 봐야할 주제를 끄집어 냈다. 만약 올해 한권만 읽을 수 있다면 주저않고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인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피지배 당하면서 공존할 것인가. 파멸을 무릅쓴 제노사이드를 할 것인가."    

 

출처: http://crisispictures.blogspot.kr

 

PS.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약학분야와 유전자 변이에 대한 부분이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절반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해도 무방하지만 왠지 찝찝하다.

PS2. 단순히 음모론을 끄집어낸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기전에 구글에서 Genocide를 검색해 보라. 인간의 추악함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인류종이 출연한다면 당연히 인간을 제노사이드 할 것이다. 너무나 위험한 종이기 때문이다.

 

 


제노사이드

저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2-06-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째서 인간은 서로 죽이며 살아가야 하는가!13계단의 작가 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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