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소소설
'흑소 소설'에서 흑소란 검은 웃음. 즉 블랙 조크를 의미한다. 웃음은 웃음이되 기분이 씁쓸한 냉소적인 웃음. 자학과 연민. 그리고 동정이 그 웃음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블랙유머를 담은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작가는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독기와 풍자를 주제로 한 독소 소설. 괴이한 웃음을 의미하는 괴소소설과 함께 웃음 시리즈 삼총사를 이루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편을 다시는 쓰지 않을거라 얘기할 정도로 어렵게 써 내려간 작품이라 한다. 그만큼 13편의 단편들이 길이와 관계 없이 무한한 재미를 선사한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심리, 약간은 괴기스러운 일상 뒤집기 등으로 피식~ 하면서 찝찝한 여운을 남기는 것으로 보아 흑소라는 원래 목적에는 완벽하게 부합하는 소설이라 하겠다.
겸손한 척 하는 겉모습과 이기적인 속마을을 가진 작가들과 편집국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비웃는 최종심사, 심사위원, 불꽃놀이, 과거의 사람. 1 어느날 갑자기 망상을 보거나 괴이한 신체변화로 인해 색다른 고민에 빠지는 거대유방망상증후군, 사랑가득 스프레이, 임포그라, 시력 100.0. 어이없는 주변의 요구로 인해 색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임포그라와 스토커 입문 등등. 개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뒤집은 신데렐라 백야행과 팔아먹기에 혈안이 되어버린 사회를 비판한 임계가족이 가장 씁쓸하면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짧은 글들일 수록 더욱 재기발랄함과 긴박함이 필요한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빠른 손2 만큼이나 재치가 넘치는 인물이다. 다만 너무 힘들어서 단편을 쓰지 않겠다고 한 그의 말이 사실일까봐 좀 두렵다. 마지막으로 나도 흑소를 하나 내뿜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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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른 작품들도 조만간 구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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