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공포영화의 공식 이라는 것이 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살인마가 등장하고 예쁜 남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친구들은 같혀서 하나 둘씩 사라진다. 이런 플롯을 가진 영화에서 재미요소는 얼마나 잔인하고 깜짝 놀랄만한 공포를 선사하는가, 범인은 누구인가, 왜 범죄를 저지르는가 등이 될 것이다.
블러디 발렌타인은 여러명의 주인공들이 살인마의 집에 초청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마을에 갑자기 미친 살인마가 나타나고 참혹한 살인현장이 벌어진 10년 후를 다루고 있다. 끔찍한 사건 이후 각자 살던 사건 당사자들에게 10년만에 동일한 범죄가 일어난다. 광부복을 입고 곡괭이로 사람을 죽이고 돌아다니는 살인마의 재등장. 그러나 이 영화는 전혀 공포스럽지가 않다. 무언가 훅 튀어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살인마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액션적인 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살인마가 피해자를 쫒는 광경들도 어디에선가 한번씩 본데다 음.. 죽겐군 하는 당연한 생각이 먼저 들고 동일한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허를 찔린다던가 하는 요소조차도 없다.
가면이 공포를 주었던건 스크림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감상을 하면서 중반부에 범인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주인공인 톰이 10년만에 돌아와 광산에 같혔을 때 살인마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마치 거울과 같은 효과를 보여주는데 여기서 '아 이 녀석이 이중인격이구나'하는 감이 와 버린다. 후반부까지 범인이 누군지가 아닌 톰이 진짜 범인인가 하는 물음표를 가진채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난 정말 톰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감이 없는 감독이라도 그렇게 무참하게 범인을 공개해 버릴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해서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경찰 커의 후배 흑인경찰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니었다.(근데 가만보면 진짜 이 흑인녀석 눈빛 같은게 예사롭지 않던데)
그나마 볼만한 장면은 여자주인공과 그의 동료가 수퍼마켓에서 도망치는 장면 정도와 극 후반부 톰과 커가 대립할 때 커가 여자주인공에게 둘다 쏘라는 장면 정도가 집중될 뿐 나머지 장면은 그냥 쓰레기 같았다. 망한 영화를 두고 주절주절대는게 무의미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정도의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물론 3D로 본것이 아니라 공포의 감도가 덜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화로서는 망작인것 같다.
헐리우드식 공포영화의 침체기이다. 올 여름 한번쯤 나올까 했는데..
블러디 발렌타인 (2009)
My Bloody Valentine 3-D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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