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광해' 천만에는 이유가 있다.

슬슬살살 2012. 11. 5. 22:12

도대체가 천만 관객을 모을 요소라고는 이병헌밖에 없는 영화다. 보기 전에 재미있다는 얘긴 무척이나 많이 들었고 본 이후에는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아무리 영화를 되짚어 보더라도 이렇다할 흥행 요소가 없는데 전체적으로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영화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무슨 얘기냐면 먼저 이 영화에는 초대형 전투씬 혹은 그에 필적할 만한 위압감을 주는 요소가 전혀 없다. 끽해야 마지막 말타고 쫒아오는 병사 정도가 액션 씬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블록버스터적인 요소가 꼭 흥행을 보장하는건 아니지만 그간 흥행 한국영화들을 보면 갸우뚱 할 수 있는 요소다. 또 이 영화에는 슬픔이 존재하지 않는다.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 흥행신화를 써내려간 영화들을 보면 도가니나 추격자처럼 범 국민적인 공감대를 자아낼 만한 고통과 슬픔이 존재해야 할진대 그 조차도 없다. 개그적인 요소도 꽤 재밌는 코미디에 비하면 무언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간만에 쉽고 간결한 영화가 나왔다. 최근들어 충무로는 반전 노이로제가 걸린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깜짝 놀래키는 한방에 너무 많은 공을 들였고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은 피로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CG를 받아들여야 했으니 오히려 이야기에 굶주렸던 것이다. 그런데 광해는 그간의 한국영화를 뒤집었다. 사극을 표방하면서 너무 화려한 미술보다는 드라마를 보듯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전개 시켰고 명확하게 선악을 구분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과하게 잔인하거나 불편한 요소들도 만들지 않았다. 그냥 어느날 갑자기 왕의 역할을 하게 된 남자를 통해 정치적인 요소와 인간적인 매력을 전달하는데 집중했고 그 점이 높은 평가를 만들어냈다. 또한 역사적인 사실을 최소화 하면서 이 분야에 그다지 밝지 않은 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쉬운 이야기와 감정과잉을 피한 캐릭터가 역으로 강한 집중력을 만들어냈다. 왕으로 변신한 한 광대가 진짜 왕보다 더 진짜 같아진다는 이야기. 얼마나 쉽고 간결한가. 이 단순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도 이정도로 만들어 냈다는건, 천만관객이 당연하다.  

 

+ 이병헌은 욕설을 해도 너무나 젠틀하다. 그게 더 웃기기는 했지만 이병헌이 아무리 연기가 늘어도 욕설 연기는 절대 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 이 영화에서 또 재밌는 점은 악역이 없다는 점이다. 탐관오리라는 것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하는 짓들을 보면 귀여운 수준의 악이다.

+++ 피에타로 인해 참 말들이 많다. 대중문화의 딜레마는 소위 전문가와 무지하다는(?) 일반 관람객의 눈이 차이가 날 때 어느것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내 생각은... 대중은 절대 무지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돈질로 영화관을 도리치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영화라는 분야 자체가 상업적이라는 요소를 떼 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건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8.4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장광
정보
드라마, 시대극 | 한국 | 131 분 | 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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