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평범한 사냥꾼의 아들이 처절한 복수를 하면서 불려지는 노래 '광풍가'

슬슬살살 2012. 12. 16. 20:38

#1. 정형화된 틀 속에서 강렬한 이야기를 뽑아낸 나한.

 

무협이라는 분야는 장르 문학 중에서 가장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든 영역이다. 중국이라는 일종의 영역이 지정되어 있으며 시대나 기타 설정들이 거의 정형화 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에는 그 틀이 너무 고정되어 있다. 또한 무협이라는 장르가 가진 한계 역시 존재하는데, 대부분 탄탄한 스토리보다는 화끈한 한방. 강렬한 대리만족 등이 무협의 큰 특징이니만큼 스토리라인은 대부분의 무협이 거기서 거기다.

 

이 광풍가 역시 그렇고 그런 일반적인 무협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평범한 사냥꾼의 아들이 기연을 얻고 무림에 복수하는 이야기. 기연과 복수라는 고리타분한 무협의 틀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주인공인 백산이 최강의 무공을 지닌다는 점에서 비뢰도의 같은 먼치킨 류와도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경우 고리타분한 이야기 구조와 너무 강력한 주인공의 힘이 소설의 밸런스를 무너트리고 결국 재미없게 되어 버리는게 일반적인데 나한은 영악하게도 주인공이 무림인으로서의 목표를 가지지 않고 강제적으로 무림에 휘말린다는 설정을 집어 넣어 이야기의 중심을 잡았다. , 강한 무공을 가진 악의 무리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무림을 향한 전쟁과 여행을 담은 로드 어드벤쳐가 이 소설의 진정한 재미인 것이다. 초반부에는 너무 개그스러운 문체가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중반부를 지나면서 깔끔하게 정리 되었으며 뜬금 없어보이는 설정들도 후반부에 정리가 되는 등 나한이라는 작가가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이 작품에 쏟았음을 알 수 있었다.

 

#2. 복합적으로 연결된 세 개의 이야기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은 만족을 모른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해서 크고 작은 세 개의 스토리가 얽히고 섥히면서 하나의 큰 줄기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당연히 이야기는 두껍고 탄탄해 졌으며 그만큼 재미도 두터워졌다. 첫 번째 이야기는 소설의 세계관을 만들기도 한 오신가의 이야기이다. 가장 큰 뿌리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태고부터 존재한 5개의 신가가 있었으며 각각 마신가, 금신가, 수신가, 천신가, 사신가라는 가문이 신으로서 존재를 해왔다. 가장 강하였으나 인간을 천하게 여기는 그야말로 신의 가문이었다. 그들 중 천신가가 인간세상에 관여를 하면서 가장 강한 신가가 되었고 이는 다른 신가들도 인간세상에 관여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신가 아래에 있던 가문들을 천가라 불렀는데 이들이 힘을 얻게 되면서 신가들과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을 실제로 수행한 인물들이 가()이며 이들이 가장 하층 계급이었던 것이다. 이 가 중에서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유일한 가()가 철가로 이들은 전쟁에 들어가는 병기를 제작하는 가문이다. 당연히 신가와 천가의 무공들이 철가로 흘러들어갔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무기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가와 천가들은 이 무기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철가들에게 일인전승을 요구했으며 그 방법은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게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철가인들의 한은 엄청났으며 철가들 중 수장격인 혈가를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철가인들은 볓백년에 걸쳐 자신들과 가족의 몸을 태워 한을 더 크게 만들었으며 12개의 비도를 만들어 혈가인에게 전달하니 그의 무공은 전 무림을 초토화 시킨다. 당연히 주인공인 백산이 이 혈가의 후예이며 저 12개의 비도를 얻는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광풍가는 이 철가인들이 풀무질을 할 때 부르는 노래로 비도를 만들 때에는 자기 누이와 가족을 산채로 태우면서 불렀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백살마대의 이야기이다. 50년 전 강호는 천무맹과, 천마맹이 양분하고 있었다. 천무맹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로 나눌수 있는데 50년전 초대 무림왕이 오대세가에서 나오게 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구파일방 인물들은 오대세가의 인물들로 백살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천마맹을 추격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이 함정이었던 것. 백살대 인물들은 마교의 약을 복용하게 되고 모두 혈인이 되어 천무맹의 공적으로 선포된다. 오대세가의 인물들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그들의 아들들을 추적하여 공격하고 결국백살대 인원들은 아버지와 형제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 중 살아남은 인물들이 있으니 팽가의 팽무도와 남궁가의 남궁세우이다. 둘은 백산과 그의 부하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스승의 역할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야기는 앞선 두 이야기보다 직접적이다. 백산이 어린시절 마을이 늑대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백산의 어머니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백산의 아버지는 이때부터 이 늑대들을 좆는다. 이 때문에 추랑객이라는 별호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무림인들에게 살해 당하는데, 이것이 혈가의 후예를 싸그리 죽이기 위한 오신가의 음모였다는 사실이 후에 밝혀진다.

 

이렇게 크고 작은 수준의 세가지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상당히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난잡하지 않게 가져가고 있다.

 

#3. 피비린내 풍기는 복수의 최고봉.

사실 무협이라는 장르의 독자층이 낮아지면서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이 많이 사라졌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신무협스러운 얼토당토 않은 개그와 하렘을 가진 신무협이면서 피비린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후반부로 가면서 급작스럽게 작품의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그야말로 피의 복수를 뿌리는데 그 수위가 상당하다. 산채로 팔다리를 자른채로 죽지도 못하게 만든다던지...고어물에 가까운 분위기를 보인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무협의 재미가 상당하다. 양판소에 지쳤다면 한번쯤 찾아도 좋은 작품이다. 작가는 마무리글에서 인간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했다. 그러나 광풍가의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는 꿈이 아닌 복수이며, 인간에 대한 평등. 가진자들에 대한 분노가 녹아져 있다. 사실 무협이라는 장르의 독자층을 생각할 때 이런 주제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어 보인다.

 

 


광풍가

저자
나한 지음
출판사
해우 | 2004-03-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안현찬 장편 무예소설 『광풍가』 제10권 완결편. 덩실, 휘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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