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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 순교성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종교박해의 현장

슬슬살살 2013. 1. 26. 21:13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합정과 마포구청 사이에 절두산순교지라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숱하게 그곳을 지나치면서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 뭐가 있는지는 전혀 몰랐었고 운전에 익숙치 않을 때 내비게이션 안내를 잘못 알아듣고 진입했다가 돌아서 나온 것이 절두산에 대한 내 경험 전부였다.

 

얼마전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잠깐 들렀던 책 코너에서 훝어본 책에 이 곳이 소개되어 있었고 오늘 이곳을 들렀다.

 

 

이곳에 대해 이해하려면 지명을 보면 된다. 절두산. 머리를 자른 산이라는 뜻이다. 뭔가 끔찍한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흥선대원군 시절 척화비를 세우면서 외국과의 교류를 금지했고 그 일환으로 서학. 즉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을 처형한 처형지이다. 이 사건이 병인양요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당시 처형당한 천주교인은 총 24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절둔산 홈페이지에서 확인)

그런 역사를 가진 곳에 천주교인들이 합심해서 기념관을 세웠고 현재는 기념공원과 체험박물관을 비롯해 미사를 볼 수 있는 성당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들어가는 입구 곳곳에 있는 조형물들부터 심상치가 않다. 위 사진처럼 칼날을 상징화한 조형물도 있고 말이지..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순교자를 위한 기념상>이 서 있는데 이것 뿐 아니라 문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들(우측), 그 외 등등등 모두 목에 쓰는 칼을 상징화해 만들어졌는데 을씨년 스러운 느낌이 난다. 그렇지만 봄만 되더라도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할지는 주변에 널려있는 식물 이름판만 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곳의 메인은 바로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다. 한국 천주교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김대건. 일전 마카오 여행시, 성 바오로 성당을 들렀던 적이 있는데 김대건 신부가 걸어서 마카오까지 가서 천주학을 공부한 곳이다.  

 

 

크지 않은 공원을 3/4쯤 돌다보면 발견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비석이다. 한강을 바로보는 조망권 1순위 자리에 위치한 이 비석의 이름은 <척화비>이다. 국사시험에 예외없이 등장하는 그 이름. <척화비>. 쓸쓸히 서있는 이 비석이 바로 조선을 소용돌이 안으로 밀어 넣었던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세월을 뛰어넘는 신기함이 느껴진다.

 

 

 

사진이 많이 날랐다.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볕이 좋다는 얘기다.(사진을 못찍는다는 변병)

쌀쌀한 날씨에 대충 둘러보고 말았지만 날이 풀리면 정말 아름다울 만한 곳이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 절두산 선교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