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쪽에서는 꽃이 벌써 피었다 하고 왠지 이번에 놓치면 영영 안올 것 같은 봄기운에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날씨는 안타깝게도 흐림.
흐린 날씨지만 행동은 상춘객 못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그즉흥적인 나들이와 계획을 세운 나들이는 설렘의 깊이가 다른 것이다.
봄 첫 나들이를 수원으로 정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11년 방문당시 꽤나 좋은 이미지를 가졌단 것이 표면적 이유라면 내면 깊은 곳에는 몇달전 TV에 소개된 치킨거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치킨이라니.. 맥주를 당연히 곁ㅌ들여야 할 것 같은 이 음식을 대낮부터 먹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침부터 미어터지는 곳이 이곳이니... 저렇게 옛날식으로 큰 솥에 바로바로 튀겨낸다.
이곳 치킨거리의 원조격인 치킨집은 이 두곳. 진미치킨과 용성치킨이라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진미쪽이 더 확실한 듯 하다. 줄도 더 많이 서 있고 허름한 느낌의 가게 분위기가 '나 원조임' 하는 포스를 내뿜고 있다. 다만 아이를 데려가기에는 지하에 방을 가지고 있는 용성통닭이 확실히 유리하다. 12시에 도착했는데 30분 정도 지나자 가게는 만원이 된다.
14,000원짜리 반반 통닭과 콜라 한개를 시켰다. 30분 정도 있다가 한마리 치고는 좀 많은 듯한 양의 통닭이 두접시에 나눠져 들어 왔고, 서브(?)로 닭발과 모래집 튀김이 곁들여졌다. 모래집은 싹 비우고.. 비위상, 닭발은 버렸다. 초점을 잘못맞춘 몇컷의 사진과 함께 게눈 감추듯 먹고 남은 양념통닭 다섯조각은 집으로 싸왔다. 맛은 있지만, 일부러 갈 정도는 아니다. 수원 살면 몰라도..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치킨거리에서 통닭을 먹고 화성을 걸으면서 칼로리를 소모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차문제와 유모차 문제. 약간 쌀쌀한 바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몇번의 뻘짓을 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모든 일정을 포기(취소가 아니다)하고 방화수류정만 보러 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방화수류정에 도착을 했지만 2011년 보았던 것보다는 다소 초라해 보였고.. 쌩쌩 부는 바람은 차분히 둘러보기보다 중국 관광객처럼 움직일 것을 요구했다.
바람이 불던 말던, 그냥 밖에 나온것이 좋은지 내동 차에서 자던 모습은 없어지고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는데 여념이 없다. 방화수류정 앞에서 갇는 몇천원의 입장료가 아까워서 주변에서 화홍문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바쁜 엄마, 아빠와는 달리 여유로운 모습이 어찌보면 저녀석이 진자 나들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화성을 걷기에는 쌀쌀하더라. 다음에.. 적어도 올해 안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011년 방문 시 계획 없이도 왔다가 잘 놀았는데, 확실히 아이가 생기니 제반사항이 너무도 많다. 주차부터..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지 여부까지.. 특히나 날씨는 정말 쥐약이다.
아침부터 일찍 움직여서 막히는 도로를 뚫고 온곳에서 닭 한마리와 사진 몇컷만 찍고 가기에는 배가 아팠다. 와이프가 이전 인터넷에서 봤던 벽화거리를 떠올리고 그리 가자 해서 알아보니 마침 방화수류정 옆이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유모차 앞세우고 골목길로 출발했다.
보통 이런 거리는 아주 오래된 동네 골목에 생기기 마련인데 이곳은 조금 특이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오래되고 낡은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지만, 그 구성이 특이 했다. 가정집이나 카페 같은 문화공간이 모인 곳이 아니라 모텔과 역술인들의 거리였던 것이다. 대부분이 모텔과 점집. 그리고 불교용품점인 동네에 벽화거리라니... 상당히 왜곡되어버린 공간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이게뭐야 스럽다가도 조금만 깊숙하게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거리.. 이곳의 벽화들은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발견하면 그때부터는 골목을 누비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벽화를 발견!! 하면 이런곳도 찾을 수 있다. 노크를 하면 열리는 커피숍. 3천원의 아메리카노와 친절한지도. 그리고 분유용 뜨거운 물을 이곳에서 제공받았다. 간첩 접선하는 느낌으로...
짧지만 강렬했던 남의동네 방문을 하이파이브와 커피로 마무리 해 본다. 아 참.. 와이프는 불교용품 전문점에서 자신만의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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