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③] 자본주의와 함께 낭만주의는 탄생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도.

슬슬살살 2013. 4. 23. 22:14

중세와 르네상스를 넘어 근세로 넘어온 이 때부터의 사회 인식이 현세인들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의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인간의 이성은 고도화되기는 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라던가, 계급에 관한 가치오류, 그 오류에 대한 인지부조화는 현세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찌 됐건 18세기에 이르러 르네상스가 끝나자 궁정예술 또한 빛을 잃었다. 한마디로 왕이 힘이 없어지고 그 권력의 자리를 귀족이 아닌 부르주아지. 즉 자본을 지닌 시민계급이 메웠다. 여기에는 자본의 발달도 한몫 거들었는데 귀족=지주라는 공식이 성립하던 시기에서 상공업과 유통에 따른 자본의 발달은 신흥 부르주아지를 발달시켰고 지주에서 재벌로 힘의 추가 이동했던 것이다.

 

이 책의 작가가 늘 강조하듯이, 현대의 시민예술. 정확히는 낭만주의가 태동하기 전까지의 모든 예술은 패트런. 즉 주문자 혹은 후원자의 존재가 중요하였으며 때문에, 이 힘의 이동은 예술에 대한 중심 역시 부르주아지로 이동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때 발달한 양식이 바로 로코코, 화려함의 극치라 일컬어지는 양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때부터 자연주의, 목가적인 양식 또한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익숙히 알듯이 예술이 서민적이어서가 아닌 부르주아지가 이런 양식들을 원했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전원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은 전원의 아름다움을 느기지 못한다. 도시에서, 자본의 한 가운데에서 삶의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노동자나 자본속의 부르주아지만이 전원과 목가에 대한 향수와 아르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주지할 만한 사실은 진정한 의미로서의 소설의 태동이다. 아직까지는 계몽이나, 반동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라는 형식인데 르네상스 이후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출판을 위한 문학이 생겨나게 된다. 또한 낭만주의라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시각이 나타나는데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예술은 이유와 원인을 가지고 있었다. 종교적인 이유에서건, 사건의 기록을 위해서이건. 아니면 똑같이 모방하려는 의지이건. 하지만 그린다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린다는 행위 그 자체에서 의미를 발견해 낸 것이다. 한 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떠올리는 현대적인 의미의 예술가는 그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천재로 추앙하는 미켈란젤로니, 레오나르도 다빈치니, 셰익스피어니 하는 인물들 모두는 창장에 대한 욕구는 있었을 지언즉 예술 그 자체가 의미였던 시대는 18세기나 되어서야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를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환기를 위해 창문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환기의 목적으로, 그 다음에는 경치 감상을 이유로 쓰였던 창문이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창문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논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이 낭만주의는 이데올로기에 의한 공격도 많이 받았는데, 창문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너무 창문에 집중하면 경치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음악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실용음악이 아닌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음악이 새롭게 생겨났고 감상을 위한 감상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 반증으로 순수 음악회가 태동했던 것이다.

 

이렇게 18세기에는 시민계급의 성장과 함께 낭만주의라는 중요한 변혁이 이루어졌으나, 예술가의 지위가 향상됐는가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예술가는 이제 대중으로부터 판단을 받아야 하는 무한 경쟁에 내몰렸다. 예술가가 예술가답게 되어 버렸지만, 예술의 가난함 역시 이때부터 시작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진정한 의미의 민중예술은 나타나지 않았다. 18307월 혁명 때까지 시민계급은 모두 부르주아지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며 무산계급은 아직까지 예술과 사회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유기적인 생물로 변화해 사회상을 스스로 변혁시켜 나가기 시작함과 더불어 무산계급은 사회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로꼬꼬 고전주의 낭만주의

저자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 1999-03-0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헝가리 출신 예술사회학자의 저술. 문학과 예술의 역사를 선사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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