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공포의 테러리스트 카멜레온] 숨차도록 이어지는 킬러들의 향연과 허무한 결말

슬슬살살 2013. 5. 10. 22:38

국내에 소개 되는 과정에서 친절한(?) 편집자를 만나는 덕분에 공포의 테러리스트라는 부끄부끄한 부제가 붙어버렸다. 지금은 작고한 古 정태원 번역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번 <타이호스>라는 책의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개인적으로 정태원씨의 번역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특유의 고전스러운 번역으로 옛맛을 살리는 장점이 있지만, 조금 밋밋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나 액션과 서스펜스가 버무려지는 윌리엄 딜 같은 작가와는 그다지 궁합이 맞지 않는다. 

 

거대 오일달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스파이게임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초반부 강렬한 세건의 테러로 시작한다. 세계 최고의 카레이서의 차량폭파 사고, 거대 해양 원유 시추선의 폭파, 대상으로부터 역습을 당해 죽는 킬러까지.. 그러나 강렬한 시작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죽죽 빠지는 편이다. 특히나 이야기와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데, 특히나 성애에 관련한 부분 같은 경우는 거의 야설 수준이다. 

 

아무튼,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단체 또는 개인이 있는데 별칭이 카멜레온이라는 사실만 알려져 있다. 엘리자라는 독종 여기자에게 오하라라는 인물을 찾으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오하라는 CIA 출신 기자로 이 바닥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 엘리자가 근무하는 언론사의 회장인 호웨가 오하라를 긴급하게 찾는 이유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카멜레온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오하라는 카멜레온을 찾아 나선다. 

 

결과적으로 오하라는 카멜레온을 찾아내고 그 뒷 배경을 밝혀낸다. 뭐 이렇게 오래된 책을 누가 꼼꼼히 읽거나 설령 읽는다 하더라도 이런 리뷰까지 찾아 읽을리는 없을 것 같아 결말을 남겨 놓는다면, 카멜레온은 일본의 패망과 함께 아내를 미군 장교에게 빼앗긴 사내의 별칭이다. 이 미군장교의 이름은 후커로 전쟁영웅이자 현재는 거대 오일 컨소시움의 수장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장교와 여인 사이에 아들이 있었는데 카멜레온은 이 아들을 납치해서 여자를 돌려달라 협박하지만, 되려 후커 장군은 여자를 죽여 버린다. 카멜레온은 원수의 아들에게 정을 느껴 차마 죽이지 못하고 양아들로 키우는데 이자가 후에 카멜레온의 이름을 잇는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자는 실제로 테러리스트가 아니었고 후커의 자작극이었던 것이다. 후커는 자신의 컨소시엄 내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자작극으로 컨소시엄 내의 주요 간부들을 암살해 왔고 회원사를 몰래 공격해 왔던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 모든 일을 카멜레온의 짓으로 돌리면서 그를 죽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누리려고 했던 것.

 

오하라의 활약으로 모든 사건은 해결이 되고 오일 컨소시엄은 박살이 나며 숨겨져 있던 제 2의 배후인물이 엘리자의 사장인 호웨라는 사실로서 또하나의 반전을 이뤄낸다.

 

지금은 익숙한 수준의 반전플롯이지만 막상 그 엮임의 촘촘함은 상당하다. 또한 당시로서는 신선하다 할 수 있는 동양적인 요소, 여장 남자, 컴퓨터의 활용 같은 첨단기법까지 총 동원했다. 다만 숨이 차도록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했던 일들이, 막상 결말에 이르러서 한사람의 설명만으로 해결되는 결말은 허탈감을 강하게 준다. (젠장 지금까지 뭐한거야?)

 

 


카멜레온(상)

저자
윌리엄 딜 지음
출판사
산하 | 1993-08-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거대한 국제 석유조직을 둘러싼 음모와 살인, 암살자 카멜레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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