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건 일반 고전을 읽는 것과는 다른 오묘한 맛이 있다. 등장하는 소품을 비롯해서 일이 진행되는 방식 등등이 더 낭만적이면서도 사람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죽음의 키스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의 이 책도 추리소설의 정석을 따르고 있는 평이한 작품임에도 상당한 스릴러적인 요소와 독특한 분위기와 묘사로 영화화까지 되었던 작품이다.
고전이라 하기에는 묘사가 현대작품 수준으로 디테일한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장면이 끝날 때에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연속극적인 연출 또한 독자의 몰입도와 놀라움, 긴박감을 불어 넣는다. 충격적 반전, 놀라움, 공포가 두루 갖춰진 모범생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레빈의 대뷔작이라 하는데 23살의 나이에 이만한 작품을 써내려갔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으리라. 다만 이후의 작품 수준이 데뷔작에 못미치는 건 좀 아쉽다.
영화화 된 죽음의 키스..
줄거리(스포일러)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잘생긴 외모와 똑똑한 두뇌를 가진 버드의 꿈은 오로지 돈이다. 재벌인 킹쉽의 막내딸 도로시를 임신시켜 버리지만 보수적인 킹쉽의 성품상 무일푼으로 쫒겨나게 될 것을 염려하고 도로시를 추락사 시킨다. 정황상으로 이상함을 느낀 언니 엘렌이 버드의 뒤를 쫒지만 사진 한장 없는지라 추격에 애를 먹는다. 단지 잘생긴 금발이라는 점을 통해 두명의 용의자를 추리지만 모두 사건과 무관한 인물이다.(사진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범인 추격이란 이렇게 낭만적이다.) 그 중 한명은 갠트라는 정의롭고 잘생긴 청년이고, 나머지 한명은 드와이트 파웰이라는 학생으로 진범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려 하지만 살해당한다. (이 장면에서 저자는 상당히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다. 독자를 놀라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이 과정에서 낡은 것, 새것, 빌린 것, 푸른 것을 입고 죽은 도로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서구식 웨딩 습관으로 우리에겐 익숙치 않지만 상당히 여성적인 추리로 볼 수 있다.
사실 엘렌이 범인을 쫒는 그 순간에도 버드는 이미 엘렌의 애인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도로시 사건 이후 다시 킹쉽의 재산을 노리고 언니인 엘렌에게 접근한 것. 안타깝게도 엘렌 역시 진실에 가까워졌다가 버드에 의해 죽는다. 마지막 남은 또하나의 언니인 메리온에게도 접근하지만 죽은 엘런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갠트의 추격에 진실이 알려지고 버드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죽음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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