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위대한 대문호의 이야기와 가짜설에 대한 정면반박

슬슬살살 2013. 7. 14. 23:06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셰익스피어. 한국의 어린 학생들 조차 몇백년 전의 지구 반대편 대문호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브랜드 네임으로는 세계 탑 클래스의 사나이이다. 그의 작품 또한 대부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는 집안이 반대하는 사랑에 대한 고유명사가 되어 버렸을 정도이다. 자. 그럼 도대체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희곡에 있어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들, 셰익스피어보다 더 놀랍고, 작품성 있는 작품이 숱하게 나왔음에도 그 이름을 넘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셰익스피어는 실재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음모론이 나돌 정도로 그 실체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못하다. 사실, 몇 백년전 일개 개인에 불과했던이의 기록이 하나도 없는 게 셰익스피어만은 아닐텐데 유난히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이 아직까지도 끊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빌 브라이슨은 당시의 기록과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셰익스피어의 전기를 구상한다. 사실 전기랄 것도 없는데, 아무 기록도 없기 때문에 몇몇 단편적으로 남아있는 일부 메모나, 법정기록(예를 들면 셰익스피어의 아버지가 낸 벌금 이라던지)을 통해 그의 삶을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새롭게 나타나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이 작업이 의미있는 것은 그간 발간된 셰익스피어의 전기 대부분이 팩트가 아닌 사실들로 빈 기록의 간극을 메꿨다면, 빌브라이슨의 책은 그 간극 사이를 완벽하게 비워 놓는다. 그 대신 집중하는 것은 몇몇 팩트들. 정확한 기록이 있는 부분과 논리적으로 가능한 영역들만 언급을 한다. 물론 추측성 사실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타당한 논거 아래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드시 문장앞에 밝히곤 한다. 

 

아무튼 다시 앞서 나온 얘기로 돌아가 보자. 셰익스피어는 왜 위대할까? 그가 가졌던 천재적 문장성이 먼저겠다. 비영어권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문장력을 운운하기에는 어려운 얘기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단어를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상황을 구축하는 것이 현대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 한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활동시기의 연극이란 것은 무대장치 같은 것이 없던 시기여서 모두 대사를 통해 현장감을 전달해야 하는데 셰익스피어는 몇몇 대사만으로 시기와, 상황, 인물의 성격, 관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녔다. 

 

두번째 위대한점.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할런지도 모르겠다. 셰익스피어는 단어의 창조자이다. 그는 엄청난 양의 단어를 만들어냈는데 영어가 탄생하고나서 인용구절의 10분의 1이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말이다. lonely, hint, excellent 등 현대에서도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를 수없이 만들어냈다. 몇천개가 넘는 단어가 셰익스피어 손에서 탄생했고 그 중 800개는 현대에도 쓰여진다. 특히 어두에 Un-을 덧붙여 반대으ㅏㅣ 표현을 이끌어내는 방식의 대가여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반대말의 대부분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마지막은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인간의 내면을 정확히 읽어낸 그의 작품들이라는 건 당시 희곡이 현재에도 중요한 교본처럼 인식되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하다. 

 

빌 브라이슨은 이렇게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언어적, 역사적 사실에서 그의 발자취를 쫒으며 기술한다. 브라이슨 특유의 블랙 조크는 많이 눈에 띄지 않지만, 정확성이나 잡학다식한 정보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은 여전히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도구로 쓰인다. 마지막으로 빌은 셰익스피어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데, 예를 들면 그의 문장속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들이 그의 아버지의 직업(구두장이)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단어들이라는 사실들과, 당시 대학을 나오지 못한 시골 출신의 희곡작가가 흔치 않았던 것이라고도 이야기 한다. 또한 개인언어벽(개인별로 사용하는 용어나 언어의 습관)까지도 나름 분석하여 동일인물임을 밝혀낸다. 게다가 셰익스피어 가짜설의 원류까지 추적해서 공개하니 이쯤되면 가짜설 지지자는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저자
빌 브라이슨 지음
출판사
까치 | 2009-07-2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빌 브라이슨이 탐구한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들에 대한 성찰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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