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연일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하루키 월드에 대한 반성 혹인 비판이 불어오고 있다. 오징어냄새 라는 원색적인 평가까지 등장하면서 하루키의 문학성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인 작가도 아니고, 갑자기 이런 논란이 불거진 데에는 하루키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서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있어보이는 BGM과 연관된 다른 서적들과 영화만 보더라도 하루키의 팬들은 문학 외의 것들을 소비하는데 집중한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소설은 아이 투정스러워 보이는 면이 있어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것도 부정적인 생각에 한 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다룬 에세이만큼은 하루키를 이해하거나, 혹은 이해하지 않거나 무방하게 재밌다. 아니, 정확히는 하루키란 사람-이라 쓰로 러너라 읽는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는게 정확하겠다.
하루키가 마라톤과 같은 극한의 운동을 즐기는지는 정말 몰랐다. 수많은 글을 쓰면서도 유독 자신에 한 글들이 거의 없는 하루키지만서도 이 글에서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 소설을 쓰기 전 했던 바에 대한 이야기. 달리기와 소설과의 공통점과 그의 글쓰기 스킬 등등.. 이 글을 읽다보면 두가지가 하고 싶어진다. 달리기와 글쓰기. 그만큼 흡입력이 높은 글이다.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42.195를 완주했던 이야기에서는 그의 더움을 같이 느끼고(요즘같은 날씨는 더욱 그렇다),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해 러너스 하이를 넘어 러너스 블루에는 함께 도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왜 달리는지, 달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달리지 않고도 달리는 맛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이 에세이는 충분히 빼어나다.
그렇게 달리기를 좋아하는 하루키는 죽을 때 묘비에 이렇게 적고 싶단다.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사실 하루키의 이런 꾸준한 면들.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이런 점들이 그의 문학을 대하는 독자들의 피로도를 쌓아 올려 놓은게 이번에 터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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