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찬란한 음모] B급 추리소설이 주는 노스탤지어.

슬슬살살 2013. 7. 14. 23:26

도대체 나는 왜 20년 전에 나온 소설을.. 그것도 시시껄렁한 제목에 시시껄렁한 내용의 B급도 안된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걸까?

이유는 두가지이다. 그냥 닥치는 대로 읽는 이상한 습관이 이 독서의 시작이었고, 어설픈 구성과 내용, 문장속에 스며들어 있는 요상한 노스탤지어는 끝까지 읽게한 원동력이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제목의 이 소설은 이원두라는 이름모를 작가에 의해 쓰여진 1996년작이다. 추리소설의 느낌을 가지고 왔지만 2013년의 눈으로 보기에는 간질간질하기 짝이 없다. 대기업인 태양상사의 오너인 현회장이 갑자기 북두산업이라는 작은 회사에 관심을 가진다. 이유는 북두산업에서 개발한 봉제인형 때문인데 향기와 음악이 나는 작은 인형이다. 이 특허권을 인수하려 하지만 북두산업은 양보하지 않고 태양상사는 윤경식 과장이라는 이를 통해 북두산업을 부도내고 인수한다. 이 과정에서 북두산업의 김칠성 대표가 자살을 하게 되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일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진다. 태양상사는 원래 마약을 밀반출 하던 회사인데 이를 위해 향기가 나는 봉제인형이 필요했던 것이라는 별 것 아닌 사실이 반전이라고 자리잡고 있는데다 등장인물들 또한 구태의연하고(기자, 형사), 스토리의 개연성은 뚝뚝 떨어질 뿐 아니라 전개는 우연의 연속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는 얘긴데 그럼에도 이 책에서 퀘퀘묵은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는 건 순전히 작가의 순진함 때문이다. 시집도 안 간 처녀로 분류되어지는 미스 아무개들.. 대부분 비서직을 수행하고 있는 몇몇 여성들의 등장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경리로 출근하던 우리 어머니네를 생각나게 한다. 나름 신 여성이라는 강연숙 기자가 등장할 때는 입과 목소리가 맡지 않는 한국 방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왜이렇게 강수연이 생각났던 걸까).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젠틀하면서도 어이없는 대사들은 아. 이것이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의 모습이구나. 순진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역시 세상은 점점 더 악독해 지고 있어.. 라는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길지 않은 소설의 전개 대부분이 약속과 전화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알고 있는 사실의 공유가 중요한 추리 장르에서 전화통화 장면과, 다방에서의 만남, 다음 약속을 잡는 장면 들이야 말로 빠질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하다 ^^

 

이래저래 했지만, 그냥 맥없는 이야기에 옛날생각 잠깐하게 하는 느낌의 시시껄렁한 B급 소설이다.  

 

 


찬란한 음모

저자
이원두 지음
출판사
고려원미디어 | 1996-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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