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쿠다 히데오가 싸이코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악>을 비롯해서 <올림픽의 몸값>, <오 해피데이>, <한밤중의 행진>등 벌써 저도 모르는 사이 6종이나 읽게 된 작가이기도 하고 그 작품들 모두가 상당히 훌륭했지만, 작품의 질과 관계 없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소시민적인 정서와 아웃사이더스러운 일탈 메세지 등의 정도를 보면 분명 범인은 아니다.
그간, 작품을 통해서 비춰지는 모습들로 그의 성향을 유추했었다면 이번에 읽은 <오!수다>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을 비교적 정확히 볼 수 있다. 음. 역시 그는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소심한 중년인에 한없이 가깝다. 자신의 삶을 다룬 에세이이자, 여행기인 이번 작품은 일본의 여행전문지에 연재된 항구도시 맛기행 기획물 원고를 엮은 내용이다. 당연히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보다는 항구도시와 맛. 맛집의 이야기가 주가 되곤 한다. 그러나, 오쿠다가 누구인가. 뒤틀리고 엉뚱하기로 두번째 가라면 서러운 작가다.
일반적인 여행기와 달리 여기에 실린 여섯곳은 그다지 특징이 있지 못하다. 잡지에 연재 되었을 때는 식당이나 음식의 사진과 함께 실려서 그럴싸 했을지 몰라도 글로만 봤을 때는 실패한 여행기이다. 오히려 히데오는 항구도시의 사람들에 집중한다. 흔히들 이런 곳에 있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나 귀여운 아이들이 아니라 스낵바1의 마담들과 시시덕거린 이야기라던가, 함께 촬영간 편집부 직원의 먹성 이야기. 맛집 주인과의 이야기 등등.
책을 덮고나서 그가 무얼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만났던 이들은 그대로 살아 숨쉰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걸출한 작가가 만나고 왔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 여행지마다 투덜대는 점이나, 1인실을 주지 않아 책 끝날때까지 편집부에 넌지시 압력을 가하는 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원래 항구라는 것은 폐쇄적이면서도 순박한 공간이다. 일본 역시 크게 다르진 않은 모양인지, 오쿠다 히데오를 만난 모든 이들은 모두가 순박하고 정겹다. 히데오 역시 갈매기에 과자를 주면서 즐거워 한다던지 방에서 혼자 춤을 추다 걸리는 모습들은 바로 옆에 있는 아저씨를 보는 듯 하다.
히데오는 이 책에서 총 6곳의 항구도시를 방문한다. 일본인이 아닌 우리로서는 낮설기만 하고 크게 와닿지는 않는 여행이긴 하지만 흥미로운건 부산 방문기가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 비록 좋은 내용만 쓰인 것은 아니지만 오쿠다의 툴툴 거림을 감안한다면 꽤나 인상깊었던 여행이었던 것은 확실하다.(히데오는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기념품을 샀다)
가을에서 겨울 사이 항구로 놀러갈 일이 있다면2, 꼭 챙겨가서 저녁에 읽어본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두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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