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있다. 동료 또는 적이 존재하며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어떤 사건으로 주인공의 삶에 변화가 생기고 위험을 겪지만 극복한다. 양화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얼개다. 여기에서 한 두가지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다. 그래비티 역시 동일한 얼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사건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이다.
그래비티에서 사건은 우주선의 폭발이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우주는 폭풍에 휘말리게 되고 우주에 있는 모든 우주인들은 지구로 대피한다. 다만 우주에서 작업중이던 라이언(산드라 블럭)과 맷(조지 클루니)일행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다. 그들의 우주선을 폭발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우주선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 그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공간에서의 사건은 역대 어느 영화의 사건보다 긴박하다. 그렇지만 그 사건만으로 이 영화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그래비티의 진면목은 우주를 그려낸 영상에 있다. 카메라들은 모두 동일한 진공공간에 있는 것처럼 표현되고 있으며 우주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이렇게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점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존재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과 끝나고 와이프와 나눈 이야기의 대부분도 도대체 어떻게 찍은거지? 라는 것 뿐이다. 그정도로 관객을 우주로 끌어드린 영화다. 음향 역시 우주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고의적인 폭발음의 삭제 등이 더욱 재난을 살벌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영화의 모든 요소가 관객을 우주에 함께 있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의도는 120% 성공했다.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에서 보잘것 없는 한 인간이 죽음을 이겨내는 장면은 역대 그 어느 재난 액션물보다도 감동적이다. 주인공 커플이 나누는 화려한 키스 피날레보다 두 다리로 대지를 딛고 일어서는 단순한 마무리가 우주로 보냈던 관객을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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