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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자연사박물관] 지자체 박물관의 우수사례

슬슬살살 2014. 2. 16. 22:06

우리 동네에는 꽤 잘 만들어진 박물관이 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곳인데, 매번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이번 주말, 방문할 기회를 잡았다. 꽤 이른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주차장이 차로 가득하다. 입구부터 꽤나 재미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역민 할인 혜택을 받고 입장하려니 뭔가 기분이 좋다. 보통 관광지에 가면 써있는 그 문구. 지역주민 할인 혜택. 그걸 우리 동네에서 받게 되니 뭔가 좀 혜택을 받은 느낌이다. 입구를 지나자 마자 보이는 거대한 공룡 뼈가 박물관 느낌을 물씬 풍겨준다.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은 진품들이 가득 모여 있는 이른바 정통 박물관은 아니다. 교육과 체험 위주로 어린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이다. 따라서 전시품 보다는 체험과 놀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늘 방문해보니 초등학생이 직접 관람객에게 전시품을 설명하는 어린이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던데, 우리 아이도 꼭 시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전시품이 가품이지만, 진품 못지 않게 잘 관리 되고 있어 아이들이 관람하기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직접 만져보기가 용이하다.

 

 

3층부터 시작해 2층, 1층으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이다. 3층 야외에는 공룡공원이 있는데 어른의 눈에는 조금 민망한 수준의 전시 시설이지만,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 건너편으로 아파트가 전시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도 이색적이다. 공룡공원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3층의 주제는 지구와 환경이다. 암석종류와 지질에 대한 전시품들이 많은데, 아이가 학교에 가서 숙제할 일이 있으며 인터넷 대신 이곳에 보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겁이 많다 보니 매번 그림책에서 만나던 코끼리를 실물로 보고는 깜짝 놀란다. 이것 외에도 공룡, 상어 같은 모형 생물 상당수가 공포의 원인이 되었다. 2층으로 내려오면 생명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 워낙 박제나 모형류가 많다보니 무서운 것들이 많은 층이 되어 버렸다.

 

 

이곳에 있는 몇 안되는 진품 중 하나인 암모나이트이다(左). 이걸 보기 전까지 나는 암모나이트가 미생물에 가까운 크기인 줄 알고 있었다...그런데 실물은 약간 달팽이와 가재의 혼합 형태 같은데, 실제의 모습은 무시무시 했을 듯 하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실러캔스도 볼 수 있는데, 설명문이 일반적인 박물관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게 적혀있어 보는재미가 쏠쏠하다. 물고기가 더 무서울 것 같은데 채은인 공룡과 맹수류를 더 무서워 하는 듯 물고기를 보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아무튼 고대의 생물 패션 트렌드는 거대함과 징그러움인 듯..  

 

 

우리나라 지자체(특히 지방)가 소유하고 있는 전시관들의 가장 큰 문제가 유지와 관리측면이다. 대부분 삐까번쩍 하게 만들더라도 예산을 이유로 부실한 유지가 되기 십상인데 이곳은 증가현실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까지 구비를 해 놓은 걸 보면 상당히 운영 업데이트가 빠름을 알 수 있다. 뼈로 만든 모형을 증강현실 카메라로 비추면 실사가 덧붙여져 보이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장비를 만지게 되다 보니 아이들이 흥미를 많이 가진다.   

 

 

뼈로 된 모형들과 잘 만들어진 박제품들. 그리고 꽤나 세심하게 체험거리를 만들어 놓은 센스들이 눈에 띈다. 역시 주말임에도 사람들이 북적이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명확한 컨셉 덕택인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고 심지어 걷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관람하는 부부도 눈에 띄었다. 역시 관심과 노력만이 유지의 비결이다.

 

 

살아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박제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전시품을 아이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기분좋은 배려다.

 

 

1층은 한강을 중심으로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인간과 자연관이 있다. 멸종위기의 동물종을 전시하거나 한강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가 크고 나서도 자주 찾을 만한 원동력이 될만한 공간이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이 있는데 지금은 곤충전시회를 하고 있다. 그것 외에도 가상체험관이라던지, 영상관 역시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안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즐겁게 들려온다. (5세 이상 가능인지라 들어가려면 아직 멀었다.) 

 

그 외에도 생일잔치 공간을 빌려 준다던지 각종 문화강연 프로그램도 괜찮아 보이고 상당히 충실하게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일전에 방문했던 노을공원의 반딧불 전시관 같은 사례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역시 의지와 노력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한 주였고, 조금 더 생각하면 내가 사는 구에 대한 자부심 마저 생길 지경이다.